손목 긋는 자해하고도 태연한 자녀 때문에 걱정입니다[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11-08 09:12
  • 업데이트 2023-11-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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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중학생 아이가 평소 예민하긴 했지만, 손목을 여러 번 그은 것을 알게 됐어요. 아무리 팔이 아프다고 해도 보호대를 양쪽에 하고 다니는 것이 좀 이상했는데, 결국 저에게 숨기다가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알게 됐습니다.

본인은 너무 대수롭지 않게 이 상황을 얘기합니다. 우울증이 심한 것도 잘 모르겠고, 죽고 싶지도 않고, 그냥 짜증이 나서 그랬을 뿐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오히려 저에게 화를 내네요.

자살 생각이 아니라면 보여주기 식으로 손목을 긋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숨기다니 진짜 자살할 생각이 아니었는지 걱정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더욱 걱정이 되네요.

건강한 행동으로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도록 상담·치료 필요

▶▶ 솔루션


일단 자살 생각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좋은 태도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를 윽박지르거나, 부모의 생각을 주입하려고 급해지면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단어 자체가 자극이 될까 봐 너무 조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살에 대해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했는지, 언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실제로 계획이나 시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했는지 얘기를 하고, 도움을 줄 방법이 여러 가지 있으니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요인을 고민해보고 당장 자살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두는 과정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런 대화 과정을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부모들은 이런 상황에 죄책감을 갖고 자녀가 솔직하게 다 털어놓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부모들도 중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부모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는 못했을 테고, 조금씩 비밀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비밀이 생긴다고 해서 아이가 잘못되거나 부모와의 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부모에게 얘기하기 더 어려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에 대해 학생의 말을 경청하고 끈기있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합니다. 부모는 이 과정에서 자칫 감정이 격해질 수 있으므로 자녀가 전문가와 상담을 받게 하는 것이 차라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심리상담가들도 자기 자녀를 직접 치료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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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자해는 하면서도,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꼭 그 말을 거짓말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겠습니다. 극도의 불안과 분노를 일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자해를 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방식으로 해소해야만 하는 감정 기복이 있다는 것인데, 자살 시도가 아닐 수 있으니 그대로 둬도 된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자기를 해치는 충동적인 행동 자체도 충분히 치료가 필요한 증상입니다. 자해가 아닌 다른 건강한 행동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도록 상담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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