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빵 만들고 옥도장 새기고… 땅끝서 즐기는 ‘놀며 쉬며 하룻밤’[농촌愛올래]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2 08:55
  • 업데이트 2023-11-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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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전남 해남군 고산로 ‘더 라이스’ 매장에서 체험객들이 현지에서 재배한 쌀과 고구마로 고구마빵을 만들고 있다. 김동훈 기자



■ 농촌愛올래 - 2023년 농촌관광 사업
(12) 전남 해남 ‘땅끝마실’

쌀로 반죽하고 고구마로 앙금
맛 좋고 영양도 많아 인기만점
홍화차에 곁들이면 속이 든든

옥공예품 관람뒤 명인과 체험
연잎밥·한과·천연염색 마치고
‘포레스트 수목원’도 들러볼만


해남=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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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먼저 반죽 한 덩이를 4등분 해주세요. 각 덩어리에 고구마 앙금을 올리고 송편처럼 동그랗게 빚어 여며주세요. 양 끝을 살짝 굴리며 길쭉하게 빼주면 고구마 모양 빵이 완성됩니다.”

지난 18일 전남 해남군 고산로 ‘더 라이스’ 매장 내 체험관. 장순이(여·54) 더 라이스 대표 설명에 맞춰 서울에서 내려온 체험객 20여 명이 고구마빵 만들기에 한창이다. 나이, 성별, 직업, 주거지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고구마빵을 만드는 표정만큼은 하나같이 들뜨고 즐거워 보인다. 반죽은 쌀과 붉은색 누룩 곰팡이균을 발효한 홍국쌀로, 앙금은 해남산 고구마로 만들어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더 라이스 고구마빵은 이미 디저트이자 식사 대용으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홍국쌀의 연보라 빛깔과 고구마 앙금의 노란 빛깔로 진짜 고구마인 것처럼 보이는 재미까지 더했다. 오븐에 들어간 고구마빵은 20분 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왔다. 해남산 홍화씨를 우려낸 따끈한 차 한 잔에 달콤한 고구마빵을 곁들여 먹으니 우리나라 최남단까지 점령한 초겨울 추위도 녹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날 빵 만들기 체험에 나선 김덕원(51) 경남은행 창녕지점 부지점장은 “땅끝마을이 해남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며 “고구마빵 만들기처럼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이 늘어나면 지역 관광도 활성화하고 마을 수익도 창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구마 막걸리를 이용한 막테일(막걸리+칵테일) 시음 뒤 이곳 체험장을 찾은 김라희(여·47) 씨는 “가족과 다시 한번 해남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남군은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농어촌자원개발원이 농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하는 ‘농촌애올래’ 사업에 올해 처음 참여하고 있다. 이번 고구마빵 만들기 체험도 농촌애올래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농촌애올래 지원 덕에 체험객들은 기존 체험비의 절반 가격인 1만 원만 내고 빵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해남군은 올해 고구마빵 만들기를 비롯해 바나나 농장 체험, 김장김치 담그기, 연잎밥 요리와 연꽃차 시음, 나무심기와 꽃바구니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과 윤철하 고택 탐방, 유기농 우리쌀 쿠키와 한과 만들기 등 14개 체험을 준비해 뒀다.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각각의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체험객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내년 상반기부터는 민박마을과 엮어 숙박+관광을 결합한 코스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해남군은 지금도 ‘땅끝마실’(해남을 상징하는 ‘땅끝’과 놀러다니는 일을 의미하는 ‘마실’의 합성어)이라는 숙박 위주 ‘살아보기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여기에 관광까지 더해 한 번에 ‘숙박+체험+관광’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남군의 농촌애올래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 문경운 해남문화관광재단 대리는 “단순한 체험이나 숙박에 그치지 않고 해남을 느낄 수 있도록 관광과 연계하는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명량로 ‘화신공예’에서 체험객들이 현지에서 난 연옥으로 옥도장을 만들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에는 옥도장 만들기 체험도 포함돼 있다. 이날 해남군 황산면 명량로 ‘화신공예’ 체험관은 옥도장 만들기에 나설 꼬마 손님 환영 채비로 분주했다. 김육남(70) 명인과 김 명인의 아들 김혁신(40) 씨가 대를 이어 운영 중인 화신공예는 해남을 대표하는 보석인 옥을 이용해 옥도장을 비롯한 다양한 옥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혁신 씨는 호주에서 셰프로 일하다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6년 전 해남으로 돌아왔다.

인근 옥매산, 성산광산에서 채취하는 해남옥은 부드러운 연옥(軟玉)으로 검은색, 회색, 붉은색 등 빛깔이 오묘하고 다양할 뿐 아니라 촉감이 부드러워서 전각과 조각에 모두 사용된다. 다이아몬드의 강도가 10도라면 해남 옥은 2.5도라는 게 김 명인의 설명이다. 이날 체험은 도장이나 낙관에 이름을 새겨넣는 전각이다. 9세 때부터 옥을 만지기 시작해 60여 년 옥공예 외길인생을 살아온 김 명인의 가르침을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어린이들은 서툰 솜씨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운 빛깔의 해남 옥에 이름도 새기고 좋아하는 과일도 그려 넣었다. 이날 체험에 참가한 초등학생 김도은(여·9) 어린이는 “손은 좀 아팠지만 예쁜 옥 위에 이름을 새기니 신기하고 즐거웠다”며 “얼른 도장을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해남군 현산면 봉동길 ‘포레스트(4est) 수목원’ 둘러보기도 14개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숲이라는 뜻의 영단어 ‘포레스트’(Forest)에 별(Star)·기암괴석(Stone)·이야기(Story)·배울거리(Study)라는 4개의 ‘St’를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포레스트 수목원은 일년 내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계절별로 중심이 되는 식물을 식재했다.

봄에는 팥꽃나무와 꽃잔디 등 분홍꽃을 활용한 분홍꽃 축제, 여름에는 푸른빛의 수국을 감상할 수 있는 땅끝수국축제, 가을에는 풍성한 핑크뮬리와 팜파스 축제, 겨울에는 거대한 얼음벽 축제가 펼쳐진다. 이날 찾은 포레스트 수목원은 늦가을∼초겨울 분위기가 물씬 나는 팜파스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역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수목원을 개장했다는 김관영(58) 포레스트 수목원장은 “관광객들이 땅끝마을 수목원까지 발걸음을 할 수 있도록 계절별 축제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농촌애올래를 통해 더 많은 손님이 수목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혜진 해남문화관광재단 관광팀장은 “자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체험이 해남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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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빵 개발·홍화차 상품화… 이젠 농촌관광과 연계시킬 것”

■ 장순이 ‘더 라이스’ 대표


“유동인구도 줄고 거리가 먼 지역적 특색 때문에 판로 확보나 홍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농촌관광과 연계하면 지역 전체에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지난 18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더 라이스’ 매장에서 만난 장순이(여·54·사진) 더 라이스 대표가 ‘농촌애올래’에 거는 기대감은 커 보였다. 서울에서 20여 년 직장생활을 하다 남편 고향인 해남으로 귀촌한 지 15년째인 장 대표는 농업회사법인 더 라이스를 이끌며 해남에서 재배한 100% 유기농 쌀, 고구마, 홍화 새순 등 농산물로 먹거리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떡집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더 라이스를 설립, 쑥·모시·홍화로 만든 갠떡(개떡)과 송편을 팔아 인기를 끌었고 밀가루가 아닌 쌀과 고구마·감자를 활용한 빵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장 대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공해 쌀과 빵을 판매하고 있다”며 “지역 농산물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지역에 직접 내려와 현지에서 생산하다 보니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목표는 단순 수익 창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 공헌까지 아우른다.

실제로 장 대표는 지역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빵과 떡류의 가공식품을 생산하며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농민 등 생산자 대상 강의도 하며 사회적 기업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화씨로 만든 차(茶) 상품화 등 장 대표 아이디어에 힘입어 홍화 재배 면적을 2배로 늘린 농민이 있는가 하면, 어린이·학생·노인을 포함해 전국에서 고구마빵 만들기 등의 체험을 위해 해남 더 라이스 매장을 찾은 인원만 연간 2000명이 넘는다. 특허만 6개를 보유하고 있고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사업장·전남 예비사회적기업·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장 대표는 건강한 식문화 확산과 지역 발전을 위해 학교나 관련 단체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발품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 대표는 “농촌융복합산업과 농촌애올래를 통한 농촌관광이 연계돼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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