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히 기댈 자리 내어주신 멋쟁이 이모부… 난 영원히 1호팬[사랑합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95년 수원 원천유원지(현재 광교 호수공원)에서 딸을 안고 있는 이모부와 함께 나와 동생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모부가 타계하신 지금 더욱 애틋한 장면이다.

■ 사랑합니다 - 강유근(1964~2023)

“다음 주가 우리 부부 식사당번이래.” 남편의 걱정스러운 한마디에 ‘그럼 우리 딸들은 누가 돌보지?’ 하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바로 ‘이모부한테 전화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이모부∼ 다음 주 일요일에 집에 계시면, 서연이 좀 봐주실 수 있죠? 저희가 식사당번이라 몇 시간만 부탁드려요.” 조카의 누가 봐도 무리한 부탁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래”라고 하시는 짧은 통화를 끝으로, 약속한 시간에 언제나처럼 인자한 미소로 조카 내외를 맞이해주셨던 이모부.

그런 분이셨다. 나의 이모부께서는. 손주도 없으시면서 육아를 졸업하신 지 수십 년이 지나셨음에도, 게다가 낯가림을 하는 어린 조카 손주를 흔쾌히 대신 봐주곤 하셨다. 아무 걱정 말고 다녀오라는 짧은 말로 걱정스러운 표정의 조카 내외를 안심시키셨다.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내가 어렵고 힘들 땐 미소로 내게 위안과 힘이 되어 주셨던 나만의 연예인 이모부. 그런데 나는 지금 내 삶에 항상 빛나고 있을 것 같던 연예인과 이별해야 하는 아픈 시간을 겪고 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이모와 연애를 시작했던 이모부는 잘생긴 얼굴과 착한 심성에 말씀은 많지 않으셨지만, 항상 웃는 모습으로 어린 조카들의 등대 같던 멋진 어른이었다. 우리 가족과 가까이 살고 같은 주유소 일을 하시며 조카들의 성적표를 지키시고 엄마에게 혼날 때는 등을 내어주시는 내가 언제나 맘 편히 기대어 조잘댈 수 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이젠 가장 가까운 내 편인 남자가 있고, 가까이 부모님이 살고, 나만 바라보는 두 딸이 있는 서른여덟의 아줌마인 내게 언제든지 맘 편히 기댈 자리를 내어주셨던 멋쟁이 이모부. 그런 나의 연예인은 온몸에 자리 잡은 암세포와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셔야 했다. 두 달 전 갑작스럽게 알게 된 암 선고와 함께 이모부의 건강했던 몸은 하루하루 급속히 약해져만 갔고, 환갑도 안된 아직 이른 나이이신 이모부와의 이별의 순간은 준비할 새도 없이 다가와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들으며 나는 이모부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 어떤 기도를 하는 것이 옳은지를 판단할 새도 없이 내가 사랑하던 이모부의 병환은 점차 깊어졌다.

자라온 동안 받은 위로를 갚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이제는 함께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힘조차 드리지 못하는 1호 팬은 한없이 미안했었다. 이모부가 내게 하셨던 것처럼 그 자리에 있어 주고, 위로가 필요할 때 위로해 드리고, 미소로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문화일보 코너 ‘고맙습니다’를 통해 이모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글로써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모부께서는 어제(2023년 11월 21일) 세상을 떠나셨다. 전하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에 지금은 비통하기 그지없지만, 사랑하신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신 것이기에 겨우 심신을 추스르며, 그곳에도 조카의 마음이 전해질 것이라 믿고 간절한 기도로 다짐한다. 이모부가 어디에 계시든 난 1호 팬으로서 항상 응원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사랑해요. 강유근! 국민 배우 황정민보다 멋진 내 막내 이모부! 조카 김수라는 영원히 당신의 팬입니다.”

조카 김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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