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 부족해 주말 응급환자 수술 불가능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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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서울 대형병원 셔틀 앞 지방 환자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울 대형병원 진료를 위해 상경한 지방 환자들이 병원 셔틀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박윤슬 기자



■ '필수·지역의료' 해법은… (中) 지방 의료붕괴 가속화

충남대병원 4년째 소아과전공 無
신경외과 교수직 명맥 끊긴 곳도

환자 수도권 몰려 수익악화 가중
처우 열악해 바이털 의사 태부족
최신장비 등 신규투자 엄두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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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은 2020년 이후 4년째 소아과 전공의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경북대병원도 최근 3년간 소아과 전공의를 받지 못했다. 올해 지방 국립대병원 9곳 중 소아과 전공의를 1명이라도 충원한 곳은 충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3곳뿐이다. 지난해 세종과 울산, 전남에서 개업한 의원급 소아과는 ‘0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소아 응급체계도 무너져 아이가 휴일이나 밤에 아프면 부모들은 시·도 경계를 넘나들며 몇 시간씩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한다.

인천시의료원은 마취과 의사를 1년 넘게 구하지 못하다가 얼마 전 대형병원에서 은퇴한 시니어 의사를 채용했다. 주 3일만 근무하다 보니 마취과 의사가 없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응급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료 수요가 많은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몇 년째 구하지 못했다. 결국 민간의료기관인 가천대길병원 의사 2명이 하루씩 번갈아 이틀간 외래진료 지원을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필수의료 기능을 맡고 있는 공공병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사실상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의사 부족 현상으로 지역의료 붕괴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지역의료 거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은 고사될 처지다. 의사가 부족하자 환자들은 서울로 ‘원정 진료’에 나서고, 환자가 떠나자 병원 수익성은 악화하고 의료인력 투자는 되지 않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22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바이털’(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의사의 명맥은 지방에서는 이미 끊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의원급 소아과는 총 87곳이 개원했는데 이 중 64%(56곳)가 수도권에 쏠렸다. 지난해 몇몇 지방 국립대병원에서는 신경외과 교수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자녀 교육 문제 등 정주 여건 탓에 젊은 의사들이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심장과 뇌 질환을 치료하는 심장혈관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의료진의 70%가량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 중증·응급 질환 수술 건수는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개흉술(가슴을 여는 심장 수술)은 제주, 충북에서 연간 각각 21건, 13건에 그쳤다. 경북에선 1년간 7건으로 월간 1건도 넘지 못했다. 심장혈관 흉부외과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폐암 수술인 폐엽절제술은 경북과 제주에서 각각 6건, 23건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폐암 환자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 치료를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동맥이 찢어지는 응급질환인 대동맥 박리 수술은 2019년 기준 충북, 경북, 제주에서 단 2건만 시행됐다. 6개월에 1건이 시행된 셈이다. 의료계는 지역에서 대동맥 박리나 뇌출혈 등 응급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거나 제때 수술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국가통계는 없다.

의료계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열악한 처우와 시설을 꼽고 있다. 속초의료원과 산청의료원이 연봉 3억~4억 원을 제시했지만 몇 달 만에 의사를 겨우 구한 것을 감안하면 연봉 인상 등으로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의사가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해 환자를 치료하려면 최신 장비와 시설이 필요한데 수익성이 악화된 병원들은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간호사 등 다른 직역들이 수도권으로 이직하면서 의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력도 적은 실정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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