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우린 뭘 먹을까… “필요한 건 식량이 아닌 음식”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8 09:10
  • 업데이트 2023-11-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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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만난 배명훈 작가. 새 소설집 ‘화성과 나’에는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모습을 기발한 상상과 깊이 있는 통찰로 풀어낸 단편 여섯 편이 수록됐다.



■ 배명훈 새 소설집 ‘화성과 나’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 이야기
소설만 던질 수 있는 질문 담아

화성 연구로 지구적 문제 고민
“국가 벽에 가로막힌 인권·환경
지구인으로 접근땐 풀 수 있어”


글·사진 =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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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이에요.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사실 밥인데요. 그걸 순식간에 없애버려요. 사실 훔치는 건 저죠. 간장게장이 훔쳐 가라고 강력하게 사주하고, 저는 저항할 수 없을 뿐이에요.”

화성 거주민 이사이는 미래식량자원 구성위원회 앞에서 이같이 호소하며 꽃게의 식용 도입을 요청한다.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어야 하는 화성에서 꽃게라니, 그것도 간장게장이라니. 이사이의 ‘간장게장 확보 분투기’를 그린 ‘위대한 밥도둑’을 비롯해 연작 소설 6편을 담은 배명훈 작가의 새 소설집 ‘화성과 나’(래빗홀)는 미래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들 이야기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만난 배 작가는 “‘화성에서 인간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과학자나 공학자는 ‘무엇’을 ‘식량’으로 해석하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자의 관점에선 ‘식량’이 아니라 ‘음식’이다. 이 때문에 간장게장은 중요한 키워드”라며 “화성에서의 삶에 있어 소설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을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집은 배 작가가 지난 2020년 외교부로부터 ‘먼 미래에 화성 이주가 본격화되면 화성에 어떤 세계가 들어설 것인가’라는 주제의 연구 의뢰를 받고 2년간 연구한 끝에 나왔다. 미래 우주 전략을 담당하는 곳 중 하나인 외교부에서 화성을 인문학적으로 연구할 이를 찾은 끝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과학소설(SF)을 써온 그에게 연구를 맡긴 것이다.

연구 결과는 ‘화성의 행성정치: 인류 정착 시기 화성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에 관한 장기 우주 전략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정리됐다. 보고서에서 작가는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때 화성에서 형성될 거버넌스 시스템의 여러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화성의 초기 정착민과 후기 정착민의 관계를 ‘플랫폼 제공자와 이용자’ 모델로 제시하고 선점과 견제의 변증법을 적용해 상상해보기도 한다.

소설은 보고서에 미처 담지 못한 질문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결과다. 보고서와 소설 모두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핵심은 ‘행성정치’다. 국가주의를 벗어나 행성 차원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 속 화성의 새 문명은 국가 없는 행성정부의 통치제도를 택한다. “글로벌한 이슈에는 글로벌한 대응이 필요한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국은 국경을 닫아버렸죠. 점점 국가의 영향력이 세지고 있습니다. 지금 화성을 포함해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모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어요. 이 같은 국제정치가 화성으로까지 옮겨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

작가는 우리가 굳이 화성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구에서의 ‘행성정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성에서의 행성정치를 상상하다 보니 ‘우리가 화성에 가지 않고도 이 지구를 하나의 행성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금도 가질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집니다. 인권, 환경, 빈곤 문제 등. 모두 국가의 벽에 가로막혀 지구적인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죠.”

화성으로 인류가 이주할 수 있다면 떠나겠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손사래를 쳤다. “아뇨. 많은 분이 화성을 지구를 떠나 인류가 살아갈 매력적인 도피처로 생각하시는데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보다 지구를 다시 깨끗하게 만드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100년 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때 어떻게 대비할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100년의 시간을 모두 대비하기 위한 거겠죠. 지금부터 생각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게 있을 겁니다.”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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