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해진 국가의전… 배려·존중 담긴 ‘국제적 예의’[10문10답]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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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왕실 근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영국 국빈 방문에서는 호스가즈 광장에서의 공식 환영식, 영국 국왕과 함께 왕실 마차로 버킹엄궁으로 행진, 버킹엄궁 내 체류 등이 필수 의전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 10문10답 - 국가의전의 모든 것

의전의 기본은 ‘상호주의’ 원칙
호명순서 등 서열 엄격히 따라

국빈방문, 우호표현의 최고 단계
英왕실은 1년에 2번만 국빈 맞아
尹대통령에 한국어로 사열 보고

국기 배치는 자국기를 왼쪽에
레드카펫·차량 행렬은 ‘별미’
만찬장서 주빈은 입구서 먼쪽에


국가 행사의 성패는 사실상 의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행사 내용과 상관없이 행사의 형식을 의미하는 의전상에 작은 실수라도 발생하면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꼬리표처럼 남아 두고두고 거론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이후 이달 20일 한국 정상으로서는 10년 만에 영국 국빈 방문이 이뤄지면서 국가의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국가의전이란 무엇이며 외빈 방문의 격 구분, 국가별 의전의 특징과 예포 및 국기 게양 원칙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1. 국가의전이란

국가 간의 관계 또는 국가가 관여되는 공식 행사에서 개인·국가가 지켜야 할 일련의 규범을 의전이라고 한다. 국가·외교 행사, 국가원수 및 고위급 인사의 방문과 영접에서 행해지는 국제적 예의다. 상대방에 대한 상식과 배려를 바탕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각종 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해 최선의 성과를 얻도록 하는 기능이다. 국가의전의 범위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국가 행사를 진행할 때 필요한 의전, 주권 국가 간 외교 행사를 할 때 행해지는 의전이다. 의장대 사열을 할 것인지, 국기는 어떻게 배열할지, 사진 촬영은 어느 위치에서 할지 등 사소한 사안이 모두 의전에 따라 결정된다. 이 밖에 외교 사절의 파견과 접수, 국가원수 및 고위급 인사의 방문과 영접에 따른 의전도 국가의전으로 볼 수 있다.

2. 의전의 주요 원칙은

외교부에 따르면, 의전 구성의 5요소는 ‘5R’로 요약할 수 있다. 의전은 상대에 대한 존중(Respect)과 배려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의전에서 중요시하는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의전은 문화의 반영(Reflecting Culture)이다. 또 상호주의(Reciprocity)를 원칙으로 한다. 상대 국가가 배려한 만큼 우리나라도 상대 국가를 배려하는 것이 기본이다. 상호주의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충분한 설명을 통해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전은 서열(Rank)이다. 행사 참석자를 호명하는 행위, 좌석 배치 등이 모두 엄격한 서열에 따라 이뤄진다. 오른쪽(Right)이 상석이라는 점도 중요한 원칙이다. 손님은 행사 주최자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서거나 앉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3. 외빈 방문의 격 구분

외빈 방문의 격은 크게 국빈 방문, 공식 방문, 실무 방문, 사적 방문 등 네 가지로 달라진다. 가장 높은 격식을 갖춰 이뤄지는 국빈 방문(State Visit)의 경우 국가원수와 행정 수반인 총리에 한정해 국가당 1회에만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해당 국가의 원수 또는 총리가 바뀐 경우 예외로 한 차례 더 국빈 방문이 가능하다.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은 대통령 명의로 공식 초청하는 외국 국가원수, 행정 수반인 총리 및 이에 준하는 외빈의 방문을 말한다. 국빈 방문과 달리 오찬 또는 약식 만찬, 정상회담 등만 이뤄진다. 실무 방문(Working Visit)은 공식 초청장을 발송하지 않고, 공무 수행을 목적으로 방한하는 외교부 장관 이상 외빈의 방문이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체재 비용은 방한하는 외빈이 부담한다. 사적 방문(Private Visit)은 국제회의 참가 또는 사적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지난 21일(현지시간)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4. 국빈 방문 시 의전은

국빈 방문은 두 주권 국가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교류다. 다른 방문과 비교해 가장 격식 있는 의전이 뒤따른다. 대통령의 정식 초청으로 방문이 이루어지며 장관급 이상 인사가 공항에 영접을 나가 맞이한다. 공항에서는 정상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식이 열리며 의장대 사열과 함께 21발의 예포를 발사한다. 국빈 방문 기간 중에 국회를 방문하거나 연설, 강연 등의 행사도 포함될 수 있다. 국빈 방문의 핵심 의전은 국빈 만찬 행사다. 양국의 대통령 내외는 물론이고 정부 고위 당국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인사들이 두루 참석해 화려하게 치러진다. 국빈 방문은 정상이 떠날 때도 고위급 인사가 공항으로 나가 환송을 한다.

5. 각국 국빈 방문 의전 특징은

미국은 국빈 방문하는 상대국의 국가원수를 공식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묵도록 한다.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사이에 두고 백악관 맞은편에 위치해 있으며 100여 개의 방을 갖춘 4층짜리 건물이다. 다만 미국은 국빈 방문의 경우이더라도 최장 3박 4일까지만 숙박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칙을 두고 있다. 중국은 조어대, 일본은 황실 영빈관을 갖고 있다. 스페인,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핀란드 등이 영빈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도 영빈관을 갖고 있다. 1년에 국빈을 2번만 맞이하는 영국 왕실은 버킹엄궁 등에서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한다. 의장대를 이끄는 대장이 상대국의 언어로 사열 보고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당시에도 의장대장이 한국어로 보고해 눈길을 끌었다. 런던 금융특구 시장이 주최하는 성대한 만찬도 영국 국빈 방문 의전의 특색으로 꼽힌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즈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예포를 발사하고 있다. 뉴시스



6. 예포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하는 외국 정상에게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서 공항 도착 행사를 할 때 총 21발의 예포를 발사한다. 21발의 예포는 통상 로열 살루트(Royal Salute)라고 하며 미국에서는 프레지덴셜 살루트(Presidential Salute) 또는 살루트 투 더 네이션(Salute to the Nati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로열 살루트는 위스키 상표인 ‘Royal Salute 21’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예포를 발사할 때에는 반드시 국기를 게양해야 한다. 발사 간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육군과 공군은 3초, 해군은 5초가 표준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외국 국가원수에 대해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는 관례를 갖고 있다. 영국은 우리와 같이 21발의 예포를 기본으로 하지만 왕실 구역에 해당하는 하이드파크에서 예포를 쏘게 되는 경우 총 41발을 발사한다. 윤 대통령의 최근 영국 국빈 방문에서는 41발이 발사됐다.

7. 레드카펫과 모터케이드

손님에 대한 극진한 환영의 뜻을 담은 레드카펫과 모터케이드 행사는 의전 행사의 별미다. 레드카펫은 행사의 권위를 나타내며 그 카펫을 밟고 지나가는 것은 행사에 참가한 귀빈들의 명예를 상징한다. 중세시대 때 모직 10㎏을 붉게 염색하려면 연지벌레라는 곤충이 무려 14만 마리나 필요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왕족, 귀족만이 빨간색을 누릴 수 있게 됐고 빨간색은 권위의 상징이 돼 레드카펫 전통으로 이어졌다.

모터케이드란 국가원수 등 VIP가 각종 공식 행사 참석 등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할 때 의전과 경호상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동차의 행렬을 의미한다. 외빈 모터케이드인 경우 맨 앞에 의전 차량이 선도를 서게 되며 VIP 차량 외에 수행원 차량, 경호 차량, 경찰 사이드카, 화물 차량 등이 기본으로 포함된다. 수행원의 규모나 행사 성격별로 차이는 있지만 10∼15대 정도 차량이 행렬을 이룬다.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에는 35대 정도 규모의 모터케이드가 운영된다.

8. 국기 게양

정상회담이나 국가 간 주요 의장 행사 시에 국기가 사용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국기를 정면에서 바라볼 때 왼쪽에 배치해 국기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표한다. 태극기와 구성이 어려운 국기의 경우 상하좌우가 올바르게 게양되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국기의 경우 거꾸로 하면 폴란드 국기가 되는 등 타국 국기의 모양과 특징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태극기를 외국기와 함께 게양할 때에는 알파벳 순서로 게양한다. 홀수일 경우 태극기를 중앙에 두고 짝수일 경우 앞에서 볼 때 맨 왼쪽에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태극기와 외국기가 교차되도록 게양할 때에는 앞에서 보아 태극기 깃면이 왼쪽으로 오도록 하고 깃대는 외국기의 깃대 앞쪽에 위치하도록 한다. 태극기와 외국기를 나란히 게양할 때에는 태극기가 왼쪽에 위치해야 한다.

9. 연회 좌석 배열 원칙

오·만찬장에서 좌석 배열은 가장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안이다. 참석자의 인원, 부부 동반 여부, 주빈 유무, 장소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결정한다. 주빈은 되도록 출입구에서 먼 쪽에, 창이 있을 경우에는 창을 바라보도록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행사의 성격을 고려해 예외를 적용해 배치할 수 있다. 여성이 테이블 끝에 앉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 직책을 가지고 참석하는 여성의 경우는 제외한다. 주한 대사와 같은 외교단은 반드시 신임장을 제정한 날짜순으로 서열을 맞춰 좌석을 배치한다. 원형 테이블에서는 주빈과 주빈의 부인을 상석에 마주 보게 앉도록 하고 주최자와 주최자의 배우자를 각각 그 옆자리에 앉힌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입장하며 김건희 여사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10. 국가 우호 관계의 표현법은

국가 간에 맺고 있는 관계는 크게 6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호 관계가 가장 강력한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에서부터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순서다. 최상위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는 군사동맹 관계에 놓인 나라를 말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이 유일하다. 바로 아래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경우 호주, 페루, 캐나다, 베트남 등이 해당된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중국, 러시아, 콜롬비아와 맺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국가 간 관계 현황에 대해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칫 서열로 인식돼 상대 국가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다만 전략적이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포괄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려면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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