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서 한파 견딜거라 기대했는데”… 서울시 추위대피소 축소 가능성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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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쪽방 주민위한 ‘동행 목욕탕’ 6일 오후 쪽방촌 주민들에게 ‘무료 목욕탕 이용권’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동행 목욕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의 한 목욕탕에서 쪽방촌 주민과 이용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상민 기자



혹한기 무료로 씻고 잘 수 있는
쪽방촌 주민들 위한 생존 공간
예산부족에 3곳중 1곳 불참의사

목욕탕 “市 지원만으로는 부족”
주민들 “50분씩 원정가야할 판”


“남대문쪽방촌 60% 이상은 온수가 안 나와요. 온수도 안 나오는 쪽방에서 지내는 것보다 무료로 목욕탕에서 몸도 씻고 따뜻하게 잘 수 있으면 좋은데….”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대문쪽방상담소에서 만난 쪽방촌 거주자 A(62) 씨는 목욕 비용이 1만2000원인 인근 목욕탕에서 ‘밤추위대피소’가 운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자 연신 아쉬워했다. 밤추위대피소가 시행되면 쪽방촌 거주자들은 올 혹한기 한 달에 10번 심야 시간(오후 9시~다음 날 오전 6시)에 목욕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내년 1~2월 쪽방촌 주민들이 심야 시간에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밤추위대피소’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참여 목욕탕 3개소 중 한 곳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축소 운영 위기에 놓였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부터 쪽방촌 주민들이 월 2회 지정된 목욕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동행 목욕탕’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 7~8월에는 영등포·종로·남대문 쪽방촌 인근 3개 목욕탕을 심야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밤더위대피소’를 운영했다. 이 기간 1191명의 쪽방촌 주민들이 밤더위대피소를 이용했다.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시는 내년 1~2월 3개 목욕탕을 대상으로 밤추위대피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예산 문제에 부딪힌 상태다. 남대문 쪽방촌 인근 목욕탕 관계자는 “새벽 10명 안팎의 이용자를 위해 추가 운영을 하기에는 전기료, 인건비, 운영비 등 모든 것이 올라 시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충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밤더위대피소 예산과 비슷한 수준의 3200만 원 안팎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목욕탕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산 문제로 밤추위대피소가 밤더위대피소에 비해 축소 운영되면 특히 서울역·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은 심야시간 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버스로 50분 거리의 영등포 쪽방촌 인근 목욕탕으로 ‘원정’을 가야 한다. 지난여름 밤더위대피소를 이용했다는 김모(55) 씨는 “쪽방에만 있다가 넓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니 너무 좋아 목욕탕에 가려 금주를 하기도 했다”며 “쪽방촌 사람들이 한파를 견디고 건강을 지키는 데 겨울철 심야목욕탕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쪽방촌 거주자 추경애(68) 씨는 “쪽방촌에는 온수기를 설치한 집이 거의 없다”며 “따뜻한 물로 씻으려고 교회나 병원을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 3곳 이외에 인근 다른 목욕탕과 협의를 해보려 해도 최근 폐업한 목욕탕이 많아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목욕탕 지원금을 늘리는 등 운영주들과 최대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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