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지원책 포퓰리즘[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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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올해 안으로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통과될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최근 개 식용 금지를 법제화하기로 하고, 시행 후 3년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7년부터 개 사육과 도살, 유통, 판매행위를 단속하기로 했다. 서울올림픽 당시 어느 프랑스 여배우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야만인’이라고 규정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당시 그 배우의 날 선 비난에도, 우리 식문화(혹은 관습)의 한 부분이고, 이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많아 정부는 개 식용을 불법도 합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내버려뒀었다. 서구인들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백인중심주의적 시각으로 우리 식문화를 마음대로 재단한다고 맞대응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개는 ‘애완(愛玩)’이 아닌 ‘반려(伴侶)대상’으로 간주돼 사람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는 602만 가구(25.4%)로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반려동물 보유가구의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개가 식품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달리 말하면 이런 반려동물 우대 정책은 내년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야 모두 개 식용 금지에는 대동단결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우리나라가 개 식용 금지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을 보며, 정책이 너무 급하게 추진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 사육 농가와 관련 업체들과의 보상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개 식용 금지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관련한 정책이 마치 누군가의 채근에 의해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는 올 하반기에 개 식용 금지 발표에 앞서 반려견 치료에 드는 의료비용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보험 상품까지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100여 개 다빈도 진료 항목에 대한 부가세를 지난 10월 1일부로 면제하고 팻보험 상품의 개발·판매·청구를 간편화해주는 조치도 포함했다. 그간 개를 먹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의 발로가 아닌 다음에야 정책이 이처럼 폭풍같이 추진될 수 있을까 싶다. 여전히 사람에 대한 일부 의료행위에도 부가세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개 치료에 부가세를 먼저 면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진 않는다. 또, 동네 동물병원마다 치료비가 천차만별이고, 표준수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현재 용역 진행 중)에서 보험상품 활성화 정책도 성급하다. 표 때문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이유다.

급하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반려동물 관련 정책뿐만 아니라 당정이 내놓은 공매도 금지 조치나, 최근 추진 여부가 거론되는 대주주 주식 양도세 납부 기준 완화 등의 정책도 양날의 칼과 같다. 주식 개인투자자 1400만 명이 표로 보이는 순간, 정책의 부작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야당은 포퓰리즘 정책을 던질 수 있겠지만, 여당은 책임이 따른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오는 정책들이 엄밀하게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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