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가루 크림 넣은 페이스트리 파이지 초콜릿·과일잼 넣기도… 풍미·모양 ‘화려’[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문화일보
  • 입력 2024-01-02 09:05
  • 업데이트 2024-01-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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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갈레트 데 루아

매년 새해를 여는 디저트를 이야기할 때 갈레트 데 루아를 떠올립니다. 1월 6일 주현절을 기념하며 맛보는 이 갈레트 데 루아는 아몬드 가루 등으로 만든 프랑지판 크림을 넣은 페이스트리 파이지를 구워 만드는 게 클래식한 레시피입니다. 갈레트 데 루아에 라즈베리 잼을 곁들여 먹기도 하고, 아예 다양한 종류의 과일 잼을 넣은 반죽으로 굽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너츠로 만든 크림과 초콜릿을 채운 파이지로 만들기도 합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오렌지 꽃 향과 절인 과일, 설탕을 곁들여 만든 달콤한 브리오슈 빵인 가토 데 루아를 먹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 과자의 이야기들은 늘 흥미롭습니다.

갈레트 데 루아의 유래는 고대 로마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춥디추운 겨울, 동지가 되면 고대 로마의 집주인 가족은 가족 연회를 엽니다. 이때에는 그들이 고용한 노예들까지도 한자리에 초대해 한 해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게 됩니다. 연회에서는 노예 중 한 명을 ‘오늘의 왕’으로 뽑는 풍습이 있는데, ‘오늘의 왕’을 선정하기 위해 갈레트 속에 강낭콩(페브)을 넣었고, 갈레트 조각 속에서 강낭콩을 발견한 노예는 그날의 왕이 되어 하루 동안 주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뿐 아니라 원하는 모든 소원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풍습은 현재까지 이어져 프랑스에서는 주현절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갈레트 데 루아로 왕의 놀이를 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평범한 가정뿐 아니라 엘리제궁에 거주하는 프랑스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전통을 따른다고 합니다. 엘리제궁 소속 제빵사는 매년 초대형 사이즈의 갈레트를 만들지만 그 안에 강낭콩을 넣지 않습니다. 혹시나 대통령이 오늘의 왕으로 선정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제가 올해 선택한 갈레트 데 루아는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된 ‘라 티지’의 랍상소우총(正山小種) 향을 입혀 만든 아주 특별한 갈레트 데 루아입니다. 랍상소우총이란 중국의 홍차 종류 중 하나로 찻잎을 쪄서 말릴 때 솔잎 태운 향을 입힙니다. 그래서 그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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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티지의 갈레트 데 루아는 캐러멜 소스와 랍상소우총 차를, 크림에 우려 만든 초콜릿 가나슈를 사이에 넣어 만들었습니다. 진한 초콜릿 가나슈가 겹겹의 파이지가 가진 버터 풍미와 어우러지니 그 이상 화려할 수 없는 호사스러움을 뽐냅니다. 라 티지는 갈레트 데 루아에 작은 강낭콩 모양의 페브를 따로 넣어줍니다. 본래 페브는 강낭콩이었다가 19세기 말부터 도자기 조각으로 바뀌었습니다만, 실제 도자기로 만든 페브를 제품 안에 넣고 왕의 놀이를 하다가 치아에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라 티지는 센스 있게 통 아몬드를 제품 안에 넣어 구워 통 아몬드를 씹게 되는 이가 왕관을 쓰게 되는 영예를 얻게 됩니다. 기분 좋은 신년의 에피소드를 만들기에 아주 좋은 디저트로 꼭 1월 초에 함께 즐겨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시길 제안합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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