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어르신 음악회’에 참석… 자신의 히트곡으로 노래 봉사[고맙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명국환 가수의 ‘힛트앨범 No.1’ 표지.

■ 고맙습니다 - 가수 명국환(1927 ~ 2023)

1994년 어느 겨울날 80대 홀몸노인 할머니가 쪽방촌 지하 단칸 셋방에서 숨진 지 1주일가량 지나서 발견된 변사 사건을 처리한 일이 있었다. 사체는 부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사망하는 변사 사건을 처리하면서 평소 홀몸노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사건을 기화로 외로운 홀몸 어르신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을 돌보며, 그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로효친 기행’이라는 봉사모임을 만들어 지금도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어르신들을 위한 ‘우리동네 작은 음악회’를 열 때마다 명국환 선생님을 초청 가수로 모셨다. 그때마다 어르신께 연락을 드리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서울이든 지방이든 한걸음에 달려오셔서 대표곡인 ‘백마야 울지마라, 방랑시인 김삿갓, 아리조나 카우보이,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 등의 히트곡을 최선을 다해 열창해주셨다. 이에 대해 많은 홀몸 어르신은 “유명한 원로스타가수의 노래를 내가 사는 동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라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등 크게 고마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량옥에서 가끔 만나 뵙고 식사를 같이하며 “6·25전쟁 때 피란을 나와서 세 번 결혼해 아기를 잃고 혼자가 된 가족사부터 한창 인기가 있을 때 해외 공연을 다니며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시곤 했었다. 특히 ‘동네 작은 음악회’임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나 소홀함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어르신들을 위해 출연료 대신 봉사료 정도로 온정을 베풀어주신 데 대해 이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 이훈 밴드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런데 작년 8월 19일 언론을 통해 명국환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작년 초까지는 가끔 전화를 드려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경부턴가 연락이 닿지 않아 궁금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 안부가 궁금해 전화를 자주 드렸는데 전화를 드릴 때마다 휴대전화가 꺼져있었다. 평소 휴대전화로만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궁금해도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명국환 선생님은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 한국전쟁이 일어나 대한민국으로 피란을 왔다. 또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노래인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 ‘백마야 울지마라’, ‘아리조나 카우보이’, ‘방랑시인 김삿갓’, ‘학도가’, ‘희망가’ 등의 노래를 불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57년에는 김삿갓이라는 영화의 주제가인 ‘방랑시인 김삿갓’을 불러 크게 히트시켰다. 더욱이 2005년 제39회 가수의 날을 맞아 공로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그 이후엔 원로가수로서 방송 프로그램 ‘가요무대’ 등에 가끔씩 출연하셨다.

어르신! 청량리 문 형사입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승에서의 모든 아픔과 고통은 다 잊으시고 하늘나라에서는 늘 행복하세요.

문영호(경로효친 기행·112아동청소년사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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