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타인에게 양보와 희생만 하는데, 이것도 병일까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7 09:35
  • 업데이트 2024-01-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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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저는 인간관계에서 내가 먼저 베푸는 것이 편하고, 부모님도 남들에게 그렇게 하셨기 때문에 그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조금 손해 본다고 저에게 굉장히 큰 해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도 조별 과제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런 문제로 갈등을 빚느니 제가 도맡아서 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했습니다. 일을 할 때도 제 커리어에 크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면 그냥 제가 해버리는 것이 마음이 편했고요.

제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며 사내커플로 결혼까지 한 아내도, 막상 제가 너무 주변에 퍼주기만 한다고 고치라고 하네요. 궂은일을 도맡았다고 승진을 빨리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그만큼 챙겨주는 것 맞냐고 좀 이기적으로 살라고 합니다. 가정이 생겼으니 거기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제 본성이 쉽게 바뀌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돈을 빌려준다거나, 다른 사람들 챙기느라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변에 많이 베푸는 것도 병일까요?

A : 베푸는 것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선택과 집중 필요

▶▶ 솔루션

베풀거나 다소 손해를 보는 듯한 삶을 사는 사람이 반드시 실패한다면 누가 그렇게 살겠습니까? 우리 인류는 서로 돕고, 집단을 유지함으로써 진화했습니다. 베푸는 사람도 이유가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돈거래나 술자리 등 제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드 테이크’에 나오듯, 세상에는 받은 것보다 많이 주려는 ‘기버’와 내 것을 먼저 챙기고 준 것보다 많이 받으려는 ‘테이커’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그 균형을 끊임없이 계산하는 ‘매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손해를 보는 듯하지만 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기버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성공하는 사람들도 기버이고, 누구에게나 퍼주기만 하다가 실패하는 사람들 역시 기버라니 놀랍지 않나요? 성공한 기버는 누구에게, 얼마나 베풀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조절한다는 점에 있어서 실패한 기버와 달랐습니다. 타인에게 양보와 희생만 하는데, 그 통제권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성공은 어려운 것이지요. 어느 쪽이 돼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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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고, “내 삶은 나의 것”입니다. 친구나 직장 동료의 것도 아니지만 아내의 것도 아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에너지를 분배해 그 불꽃을 누구에게 얼마나 태울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헌신해야만 한다”, “직장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와 같은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관념에 흔들리지 말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양보를 선택하는 것과 양보가 습관이 돼 남에게 강요당하고 내가 원하는 것조차 모르는 상황은 분명 다르니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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