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 연기 더는 못참아”…트랙터 시위 나선 주민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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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GettyImages-a10798774 (1) 게티이미지뱅크



숯가마 "영업권 침해" 경찰 신고


충북 제천시 백운면 산골에 자리 잡은 숯가마를 놓고 운영자와 마을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마을 인근의 숯가마가 내뿜는 연기와 가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주민들과 합법적인 영업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숯가마 주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형사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제천경찰서는 숯가마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백운면 모정2리 주민 일부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주민들이 최근 트랙터 4대를 동원, 숯가마 입구를 막았는데 나흘 넘게 차량 출입이 불가능해지자 숯가마 측이 경찰 출동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숯가마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이 운영됐다. 그러나 25년 전 숯가마를 처음 만들 당시 단 1가구에 불과했던 이 산골에 마을이 형성되고 수려한 산세에 반한 귀농·귀촌인의 전입이 늘면서 건강권과 환경권을 주장하는 주민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 고지대에 자리 잡은 숯가마에서 배출되는 연기와 일산화탄소로 인해 70여 가구가 거의 매일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 마을 이장 홍모 씨는 "숯가마와 제일 가까운 집은 불과 50여m, 마을회관까지는 200여m 떨어져 있다"며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릴 때는 연기와 가스가 마을에 낮게 깔리면서 호흡 곤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집단 행동에도 나섰다. 백운면 이장 23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하고 제천시에도 개입을 요청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뾰족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 숯가마의 가마 용적이 80㎥ 이하로 대기환경보전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숯가마 측은 마을 주민의 집단행동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연기로 인한 주민 불편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마을 형성 이전부터 영위해온 합법적인 영업 행위를 가로막고 나선 것은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어서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숯가마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숯가마를 그만두면 나뿐만 아니라 직원 3명도 일자리를 잃는다"며 "주민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숯가마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마터가 팔리지 않는 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유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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