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강정, 바삭·포근한 식감에 고소·달콤한 매력… 설 차례상 단골… 데운 대추차·보리차와 ‘완벽매칭’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문화일보
  • 입력 2024-01-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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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릉 갈골한과에서 찹쌀을 자연 발효해 만든 산자와 강정.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갈골한과

서양 디저트 중에 계절이나 절기에 따라 챙겨 먹어야 하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오래전부터 만들어 온 제철 과자가 있습니다. 한 해의 시작을 위해 그리고 집안의 대소사, 혼상례 등에 올리는 한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 전통 음식은 만드는 게 번거롭고, 발효 기술도 들어가야 하기에 중요한 일이나 경사를 위한 상차림에나 등장했습니다.

고소한 쌀튀밥이 촘촘하게 붙은 산자나 강정의 진정한 맛을 어린 시절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국 각지의 맛있는 한과를 찾아다니는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여주의 땅콩강정이나 가평의 송화다식, 강원의 옥수수엿 등 지역마다 다양한 특산물을 활용해서 한과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한과는 색을 입힐 때에도 인공 색소가 아닌 자연에서 나는 천연 재료인 오미자나 치자, 흑임자, 송화, 울금, 쑥 등으로 물들여 표현한다는 점도 특별한 포인트입니다.

저는 강릉과 지리산에서 만드는 산자를 자주 주문해 먹는 편입니다. 특히 설이나 추석 전에는 명절을 위해 넉넉하게 주문하게 되는데 최근 가장 맛있게 먹었던 산자가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1855년 창업해 지금까지 150년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갈골한과’입니다. 최봉성 명인이 강릉에서 5대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6대째 500여 년 세월 동안 선대부터 집안 대소사, 혼상례에 올리던 한과 제조법에 따라 만들어 조금씩 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1960∼1980년대 쌀 가공을 금지한 양곡법으로 한과 판매가 금지되는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한과는 15일에서 20일간의 자연 발효 기간을 거쳐 만드는 특수한 기술이 요구됩니다. 달콤한 조청이 배어든 찹쌀 튀김을 첫 한입을 베어 물었을 때의 바삭하고 포근한 식감으로 시작해 마지막에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조청의 고소한 달콤함이 매력적입니다.

한과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좋은 찹쌀을 골라 씻은 뒤 깨끗한 물에 섞어 20여 일 담가 발효시킨 후 세척을 합니다. 광주리에 담아 물을 빼고 방아에 곱게 빻은 후 잘 우려낸 콩물에 찹쌀가루를 섞어 고르게 반죽하고 시루나 가마솥에 넣어 장작불로 4∼5시간 푹 익혀냅니다. 방망이로 꽈리 모양의 자국이 충분히 일도록 저어 찰기를 더하고 연하게 만든 후 완성될 모양을 위해 원하는 크기로 썰어 찹쌀 바탕을 만듭니다. 이 바탕을 이틀 말려 찹쌀가루 또는 감자가루 속에 묻어둡니다. 깨끗한 콩기름을 준비해 예열을 하고 속이 바삭해지도록 잘 튀깁니다. 튀겨 낸 바탕 위에 엿을 바르고 튀밥이나 깨, 잣 등의 고물을 묻히는 것으로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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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네모진 찹쌀 반죽을 편편하게 만들어 말린 후에 기름에 튀겨 팽화시킨 후 꿀이나 조청을 묻혀 고물을 더한 것을 산자라고 부르고, 손가락 마디 모양으로 갸름하게 썰어 말려 기름에 지진 후에 고물을 묻힌 것을 강정이라고 부르지요. 자연 발효 찹쌀로 떡 작업을 해서 건조, 숙성한 후 한과 수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한과나 강정은 공기에 닿지 않도록 밀봉해야 신선함을 유지합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통풍이 잘되는 베란다에 두고 서늘하게 보관하여 먹기 전에 상온에 옮긴 후 부드럽게 녹여 먹기를 권합니다. 따스하게 데운 대추차나 보리차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매칭입니다. 설 연휴 차례상에 오른 한과를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www.galgol-sanja.com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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