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문재인 ‘공천 내전’ … 친명, ‘尹정권 탄생 책임론’ 씌워 친문 압박 [허민의 정치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7 09:49
  • 업데이트 2024-02-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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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민주당 계파 갈등 관전법

李, ‘총선 압승-조기 대선’ 목표로 찐명 대거 국회입성 노려… 4일 ‘명-문 회동’ 서도 간극 확인
추미애는 ‘노선 세탁’ 후 “임종석 석고대죄” … 이언주는 ‘친문 맞춤형 저격수’ 로 러브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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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과 친문 간 계파 갈등이 내홍을 넘어 내전 수준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본질은 이재명 대표가 친명 최측근들의 국회 입성을 위해 벌이는 권력 장악과 그 과정에 불출마나 험지 출마 압력을 받는 친문의 반발이다.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있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회동은 공천을 둘러싼 둘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한 불편한 자리였다.

◇‘명문 회동’ 복기

‘명문 회동’에서의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3가지로 요약된다. ①친명-친문 갈등 프레임 금지 ②당 대표 측근의 양보와 용퇴 ③민주당+우호세력의 상생 정치 구현. 한마디로 이재명+문재인의 ‘명문 정당’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는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추상적 문구로 응했다. 문 전 대통령의 ‘무지개 통합’론에 ‘용광로 단결’론으로 답한 것이다. 무지개가 각 요소가 살아 있어 화합을 이루는 것이라면, 용광로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요소를 흔적도 없이 녹여내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통합 요구와 관련된 상징적 인사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주당의 다선 A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노영민만큼은 공정한 경선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서울의 전략 지역으로 결정된 중-성동갑 출마 의사를 보인 뒤 원내·외 친명으로부터 거친 공격을 당하는 중이다. 급기야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6일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은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고 밝혔다. 누가 봐도 임 전 실장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들렸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반발했지만, 친명 쪽의 강경 기류에 묻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명문 회동은 곧 명문 이별식”이었다는 분석이 나돈다. 이 시점에서 중-성동갑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인물이 ‘찐명’ 조상호 변호사다. 친문 진영은 이 장면을 이 대표의 ‘임종석 찍어내기’ 메시지로 해석했다.

◇이재명의 목표

이재명 대표가 ‘친명 사당화’를 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박함’에 있다. 뭐가 그토록 절박할까. 두 가지다. ‘방탄’과 ‘대권’.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 방어가 하나, 차기 대권에서의 승리가 또 하나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이 바로 친명 주도의 ‘총선 압승 및 조기 대선’ 추진이다. 친명 내에서는 실제로 ‘조기 대선’ 추진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여권의 선거 전략가 B 씨는 “이 대표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고 최측근 호위무사들을 여의도에 대거 입성시키면 윤석열 정부 임기 단축과 올 연말을 목표로 한 조기 대선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자신과 생사를 같이할 동지의 규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비례대표 선거제도와 관련해 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좌고우면해온 이유도 바로 대선 전략에 있었다. 즉 병립형 회귀로 ‘좁지만 강한 연대’로 갈 것인지, 연동형 유지로 ‘느슨하지만 넓은 연대’를 구축할 것인지의 고민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C 씨는 “진보 시민사회 원로들은 이 대표에게 ‘병립형 회귀로 가면 당 대표실을 점거 농성하겠다’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실리와 의리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 대표는 결국 진보 진영의 요구를 수용하고 지난 5일 ‘연동형 유지’를 선언했다. ‘좁지만 강한 연대’보다는 ‘느슨하지만 넓은 연대’를 선택하고, 궁극적으로는 진보 연대의 맏형으로서 대선에 임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친문 주도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것도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방해 요인이 됐다. 중앙 정치무대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 세력 구축에 약점이 있는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대선에 임하려면 총선에서의 친명 주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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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충돌

친명과 친문의 내홍은 절정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를 1990년대 좌파 대학생운동 조직인 한총련 세대와 1980년대 학생운동 전국조직을 이끌었던 전대협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본질은 친명 대 친문의 충돌이다.

최근 당찬 친명 행보를 보이는 인사 중 문재인 정권에서 중용됐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추 전 장관은 ‘친문의 외투’를 벗고 ‘친명 호소인’으로 ‘노선 세탁’한 후 임 전 실장을 저격했다. “임종석이 문 대통령을 잘못 보필해 윤석열 정권의 탄생을 도왔다”는 게 그의 공격 논지다. 이는 친명의 논리와 통한다. 이 대표 측은 추 전 장관의 노선 세탁에 따른 보은(報恩)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동작을로 출마하는 방안, 자신의 옛 지역구이자 친문 출신 고민정 의원의 현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로 복귀할 것이라는 방안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언주 전 의원 영입을 둘러싼 논란도 문명 충돌의 단적인 사례다. 이 전 의원은 과거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최순실보다 못한 문재인”이란 말을 남겨 친문의 공격 표적이 돼온 인물.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의 러브 콜을 받고 복당을 고민 중이다. 이 대표의 ‘친문 맞춤형 저격수’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친문 진영은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그뿐 아니다. 홍영표 대 이동주(인천 부평을), 윤영찬 대 이수진(경기 성남중원) 등은 친문 현역 지역구 의원에게 개딸의 위력을 등에 업은 친명 비례의원이 도전장을 낸 케이스다. 강병원 대 김우영(서울 은평을), 전해철 대 양문석(경기 안산상록갑), 신동근 대 모경종(인천 서을) 등은 친명 원외 인사들이 도전한 사례다.

앞으로 민주당은 2말 3초까지 경선지역 출마 후보자 발표→경선 투표→경선 결과 확정 등의 공천 일정을 밟게 된다. 처처에서 전쟁 아닌 전쟁 같은 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내홍에서 내전으로

민주당 내 ‘문명 충돌’은 여권 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의 ‘윤-한 충돌’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이는 20대 총선(2016년)에서 패배했던 박근혜 정권의 친박-비박 충돌을 연상시킨다.

설 연휴 이후부터는 사실상 ‘공천 배제’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대한 개별 통보가 이뤄진다. 친문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 공천 내홍은 내전으로 치달을 것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명문 정당’은 이재명 대표가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이긴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처음 나온 말.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것. ‘문명 충돌’은 둘 사이의 충돌.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선거제.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누는 것으로 20대 총선까지 적용된 제도.

■ 세줄 요약

‘명문 회동’ 복기 : 이재명은 4일 회동에서 문재인의 ‘무지개 통합’론에 화답하지 않아. 당내에서는 임종석 등 친문 핵심을 겨냥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과 불출마 압박이 횡행. ‘명문 회동’은 곧 ‘명문 이별식’.

이재명의 목표 : 친명 내에서는 이재명의 ‘방탄’과 ‘대권’을 위한 친명 주도의 ‘총선 압승-조기 대선’ 추진 시나리오 나돌아. 연동형 유지는 ‘느슨하지만 넓은 연대’를 통해 진보 연대의 맏형으로 대선에 임하겠다는 뜻.

내홍에서 내전으로 : 추미애는 친문→친명으로 ‘노선 세탁’ 후 임종석 공격하고, 이언주도 ‘친문 맞춤형 저격수’로 민주당 영입 콜 받아. 설 연휴 이후 친문에 대한 공천 배제가 현실화하면 공천 내홍은 내전으로 갈 것.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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