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의 역설’도 고려할 때[뉴스와 시각]

조해동 경제부 부장

정부가 지난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1기뿐만 아니라 2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본격 추진을 밝히면서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GTX의 특성상 혜택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GTX망이 넓어질수록 수도권 인구 집중은 심해지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현 상황에서 GTX 설립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무계획적으로 개발하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곽의 교통난이 ‘지옥(地獄)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기 GTX 추진을 최대한 앞당기고, 1기 GTX A, B, C 노선을 연장하는 한편 2기 GTX인 D, E, F 노선을 새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3월에는 GTX 사업 추진 이후 처음으로 A 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고, 연내에는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도 완성될 예정이다. ‘전국 GTX 시대’가 마침내 개막되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2기 GTX 노선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출발한 GTX는 강원 춘천시·원주시와 충남 천안시·아산시까지 이어진다. 정부는 또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x-TX 선도 사업으로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가칭 CTX)가 선정됐다. 기존에 추진돼 온 광역철도를 GTX급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신공항철도에 GTX 급행철도 차량을 투입해 올해 2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신청하고,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호남권 등에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건의를 받아 x-TX 신규 노선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도 GTX 계획을 발표하면서 나름대로 지역균형발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가 x-TX를 추진할 때 ‘민간 투자(민자) 방식’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실제로 추진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자 철도는 민간이 사업비를 50% 이상 투자하고, 운영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유동 인구 등이 많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쉬운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경제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민자 철도가 과연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설령 민자 철도가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민자의 속성상 이용자가 과도하게 비싼 교통비 등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인구 집중에는 교통과 주거 등의 인프라가 큰 영향을 미친다. 윤 정부의 대표적인 교통 대책인 GTX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주거 대책 중 하나인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도 수도권 인구 집중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의 수혜 지역이 전국 108곳에 달한다고는 하지만, 핵심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교통·주거 대책 등을 지방 소멸론, 지역균형발전까지 고려한 넓은 시야에서 재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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