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만남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16년 6월 쿠바 컨벤션 궁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양국간 첫 공식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쿠바 수교 파장
정부 ‘40년 북방외교’ 퍼즐 맞춰
북, 일본 접촉해 한미일 흔들기 시도
미국은 3국‘구심점 역할’강화할 듯
중국, 한중일 정상회의 카드 가능성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 북한이 대일관계 개선으로 맞불을 놓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 전쟁이 불붙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일 접촉을 통해 한·미·일 흔들기를 시도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 등의 외교적 카드를 활용하려 할 수 있고 미국의 경우 3국 협력체제의 구심점으로서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쿠바는 사회주의 이념과 관계없이 경제적 실익을 앞세워 한국과의 교류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한국 정부가 40여 년 추진해 온 북방외교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그동안 물밑에서 다각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남과 북 모두에 다양한 잠재적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쿠바가 북한의 ‘형제국’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반도 외교 무대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15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에 전향적 태도를 취한 것이 시작이다. 이는 한·미·일의 밀착에 균열을 내려는 북한의 외교적 계산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다만 북·일 수교는 일본의 오랜 외교적 숙원이기도 해 양측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실제 접촉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악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7일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환송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 등 카드를 활용해 북·일의 밀착을 견제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지분을 이어가는 셈법을 펼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북한의 한·미·일 공조 흔들기에 대응해 3국 협력체제의 구심점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협조가 없이 한-쿠바 관계가 전면적으로 정상화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극도의 보안 아래 이뤄진 한-쿠바 수교는 지난 20년 이상 이어진 치열한 외교전 끝에 성사돼 그 의미를 더한다. 쿠바는 지난 1949년 한국을 승인한 바 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두 나라 간 교류는 사실상 단절 상태였다. 2016년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쿠바를 방문해 양국 간 첫 공식 외교장관회담을 가졌지만 수교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 차관과 만났고 유엔총회 등에서 비공식 접촉을 이어오며 수교 성사에 공들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수교안이 비밀리에 통과되는 동안, 북한에서는 쿠바 대사가 북한에 사전 통보했을 것”이라며 “평양이 발칵 뒤집히고 김정은이 ‘이게 무슨 소리냐’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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