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업용 부동산 죽쑤는데… 서울 오피스만 떴다

■ CBRE 코리아 조사결과

작년 명목 임대료 8.8% 상승
수요초과현상 당분간 이어질듯

미국 오피스 공실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서울 오피스 시장은 나 홀로 선전 중이어서 대비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업계는 서울 오피스 공급 부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수요 초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주요 3대 권역(광화문·강남·여의도)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1.5%에 머물렀다.

주요 업무 권역에서 임차 가능한 오피스가 줄며 같은 분기 서울 평균 명목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1.6% 상승한 ㎡당 3만4472원을 기록했다. 2023년 한 해 누적 임대료 상승률은 8.8%였다.

광화문 등 도심권역의 공실률은 전년 대비 0.3% 하락해 1.1%를 기록했다. CBRE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이전이 이뤄지며 4분기 임대차 거래의 61%가 도심권역에 집중됐다”며 “삼성물산은 외부에 흩어져 있는 오피스를 통합하기 위해 기존 잠실동, 상일동, 용인시 등에 위치한 사옥에서 삼성본관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20여 년 만에 도심권역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오피스 지수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매매가격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7% 올랐다.

이러한 서울 오피스 시장의 호황은 국내외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궤를 달리한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로 국내 주택,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전체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에 놓여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불어난 재택근무가 줄지 않으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건물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5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택근무 현황 조사에서 엔데믹 이후 재택근무 활용 의향을 나타낸 기업이 9.7%에 불과할 정도로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이 오피스 시장 활황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CBRE는 “2024년 서울에서 총 22만㎡ 규모의 신규 A급 오피스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약 18%가 사옥 용도로 개발되고 있고, 임차형 자산의 약 70%가 이미 준공 전 임차인을 확보했다”며 “서울 A급 시장에서 임차인의 이전 옵션은 당분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