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에서 만난 기술·예술… ‘명작’이 되다[Premium Life]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1 09:02
  • 업데이트 2024-02-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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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현재까지도 스위스 발레드주에 매뉴팩처(맨 위)를 두고 ‘마스터 울트라 씬 투르비옹 에나멜’(가운데)과 ‘리베르소’(아래) 등 타임피스 컬렉션을 생산하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 제공



■ Premium Life - 190년 스위스 시계 명가 예거 르쿨트르

르쿨트르, 헛간에 공방 설립… 예거와 만나 협력 지속
430여종 특허·1400개 이상 기계식 무브먼트 제작
대표 컬렉션 ‘리베르소’ 애호가들 사이 정평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작가와 협업 ‘오리진’ 출시
예술가와 교류 확대… 브랜드 창의성·정밀성 향상 노력


1833년 스위스에 살던 앙투안 르쿨트르(1803∼1881)는 가족이 함께 쓰던 작은 헛간을 개조해 시계 공방을 설립했다. 그가 있던 스위스 발레드주 지역 농부들은 길고 추운 겨울 정밀한 시계 부품을 제작해 당대에 ‘시계 장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당시 스위스 시계 산업은 대부분 개별 공방으로 이뤄진 가내 수공업을 벗어나지 못했다. 앙투안은 체계적인 시계 제작 체계를 갖추기 위해 여러 곳에 분산돼 근무하던 다양한 시계 장인을 한곳에 모아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시계 산업에도 근대적 ‘매뉴팩처’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르쿨트르 공방이 발전을 거듭하던 1903년, 앙투안의 손자인 자크 데이비드 르쿨트르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계 장인 에드몽 예거의 만남은 스위스 시계 산업에 한 획을 그은 장면으로 꼽힌다. 당시 자크 데이비드는 에드몽에게 초박형 시계 무브먼트(동력장치) 제작을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양측은 협력을 지속하면서 결국 1937년 ‘예거 르쿨트르’라는 새 이름으로 거듭나게 된다.

예거 르쿨트르는 현재까지도 근원지인 스위스 발레드주 지역에서 시계 제작에 필요한 모든 핵심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계 제작, 정밀 세공, 연구 개발 등 180여 개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근무한다.

이를 기반으로 예거 르쿨트르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430여 종에 달하는 시계 제조 관련 특허를 등록하고, 1400개가 넘는 기계식 무브먼트를 제작해왔다. 현존하는 가장 작은 기계식 무브먼트인 ‘칼리버 101’, 태엽을 감지 않아도 영원히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탁상시계인 ‘애트모스’ 등 전 세계 시계 산업에서 유명한 작품들은 모두 예거 르쿨트르를 거쳐 탄생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세계 최초 3차원 구형 투르비옹(중력의 영향을 극복해 시계의 정확성을 개선하는 무브먼트)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의 대표 컬렉션인 ‘리베르소’는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1930년대 인도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 군인들은 시계를 차고 폴로 경기를 즐겼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면 시계 알이 깨지는 등 고장이 잦았다. 폴로 경기용 시계를 의뢰받은 예거 르쿨트르는 뒤집히는 시계를 고안해 선보였고, 이를 통해 특허까지 얻게 된다.

예거 르쿨트르가 지난해 열린 시계 박람회 ‘워치스 앤드 원더스 2023’에서 선보인 ‘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은 1930년대의 리베르소를 발전적으로 계승했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투르비옹은 울트라 씬 듀오페이스 무브먼트 안에 플라잉 투르비옹을 장착하고, 뒷면 다이얼에 세컨드 타임존을 표시하는 획기적인 컴플리케이션이 특징이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는 1996년에 출시한 리베르소 크로노그래프를 재해석한 모델로, 새로운 무브먼트 칼리버 860을 탑재했다. 앞면 및 뒷면 다이얼 모두에서 시간과 분을 표시한다. 또 뒷면 다이얼을 통해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리베르소 원 듀에토 주얼리는 예거 르쿨트르 ‘그랑 메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으로 335개의 다이아몬드가 앞면 다이얼에 새겨져 있고, 뒷면 다이얼은 골드 글리터가 장식돼 화려함을 뽐낸다.

예거 르쿨트르는 시계 제작과 예술 분야의 교류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작가와 협업한 작품 ‘오리진’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오리진은 컬렉션 리베르소에서 영감을 받은 3차원 영상 작품으로, 특별 제작된 초대형 3차원 스크린으로 전시돼 화제를 모았다. 강 작가는 캐서린 레니에 예거 르쿨트르 대표이사와 워치스 앤드 원더스 2023 무대에 올라 시계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친 황금비율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예거 르쿨트르의 산실인 그랑 메종은 ‘메이드 오브 메이커스’ 프로그램을 통해 시계 제작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및 디자이너, 장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시계 제작과 예술 사이의 교류를 넓혀 브랜드의 창의성과 전문성, 정밀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년 프로그램을 통해 의뢰되는 새로운 작품들은 예거 르쿨트르가 전 세계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관람객들에게는 예술, 공예, 디자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을 기회도 제공한다. 예거 르쿨트르는 지난 2021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더 사운드 메이커’ 전시회와 2022년 ‘더 리베르소 스토리’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더 골든 라티오 아트 쇼’를 열어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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