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어릴 때 저를 학대한 부모님을 용서하기가 어렵습니다[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1 09:11
  • 업데이트 2024-02-21 09:29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어린 시절 저를 늘 비난하고, 제게 화풀이하던 부모님을 지금도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을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준입니다. 화가 나고 제 집안에 대해 부끄럽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하려면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사람들은 제가 과하다고 여기고 부모님을 용서하라고 합니다.

자식을 낳아 키워보면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 간다는데 저는 자식을 키워보니 이렇게 이쁜 아이를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한 부모님이 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심리학책을 읽고 명상을 해도 분노가 차오릅니다. 이제 한 분은 돌아가셨고, 한 분은 늙고 병들어서 용서하고 싶은데 제 마음대로 용서가 잘 되지 않습니다. 오래전 지난 일이면 용서해야 하는 건가요.

A : 용서는 남 아닌 자신에게 해야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져

▶▶ 솔루션

어릴 적 당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는 삶에서 오랫동안 그림자를 드리우는 경우가 많은데 얼마나 그동안 힘드셨을까요. 용서는 원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용서를 한다고 생각하면, 용서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아무리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성경에 있다고 해도, 실제로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자비심과 애정을 갖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김주환의 ‘내면소통’에서는 용서가 화해의 시도, 다시 잘 지내보자는 얘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일을 떠나고 흘려보내서 분노하고 증오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의미가 더 큽니다. 내면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이지 상대방의 동의나 호응이 필요한 일도 아닙니다.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하는 얘기이며,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과정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내 삶에 손해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때문에 어린 시절이 괴로웠는데, 지금까지도 괴로워야 되겠습니까. 특히나 부모로서의 나, 그리고 심리서나 대중매체의 부모들과 비교를 하면 더욱 용서와 멀어질 뿐입니다.

스탈(Stahl)의 정신약물학 교과서에도 ‘과거의 일은 잊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는 것(not forget, but forgive)’이라고 합니다. 뇌과학적으로도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뉴런의 연결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기존의 연결을 아예 없애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모라서 감사한 일도 많으니까 반드시 용서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굉장히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을 용서하게 되면, 스스로를 용서하기도 쉬워집니다. 완벽한 인간은 없고 삶에서 잘못하는 일이 생기게 되는데 거기에 대해 관대해지면 삶이 편해집니다. 용서를 위해서는 명상이 도움되는데 꼭 눈을 감고 조용한 곳에 앉아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서 그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용서가 이뤄지고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덜 억울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