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방 이호영 대표 “자립준비청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 시작해야”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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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호영 십시일방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BC카드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BC카드 제공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가 종료돼 홀로서기 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주거 지원 활동을 하는 ‘십시일방’이 올해로 2회차를 맞고 있다. 십시일방의 친구가 된 ‘방친’ 10명은 보증금과 월세 부담 없이 집을 얻고, 공동체 안에서 소속감을 갖게 되면서 자립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선정된 2기 방친들은 주거지역 선택권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돼 취업과 진학을 준비하기 편리한 위치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사회복지사 국가고시 합격, 극단 입단, 바리스타 디플로마 취득, 코이카(KOICA) 봉사단 파견 등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BC카드와 이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의 이호영(34·사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기 십시일방을 준비 중인 이 대표와 14일 오후 전화인터뷰로 만났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십시일방 2년차를 맞은 소감을 먼저 부탁드린다.



"십시일방을 운영하면서 마음에 새긴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안정돼야 비로소 사회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BC카드와 십시일방 프로그램을 통해 거주지를 지원받는 자립준비청년들은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 서로 ‘방친’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크고 작은 문제도 공유하며 함께 해결한다. 하지만 매년 만 18세 이상 보육원에서 퇴소하는 2500여명의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겪어내고 있는지 걱정이다. 아무쪼록 십시일방에 와준 방친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계속 노력하겠다."



- 십시일방 지원 대상은 모두가 절실한 청년들인데, 10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지난해 십시일방에는 30명이 지원했고 10명을 선발했다. 그 기준은 ‘십시일방과 관계없이 스스로 잘해낼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십시일방이 개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인생에서 치고 나가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이었다. 1기 지원자 중 고등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고 보육원에서도 쫓겨난 친구가 있었다. 갈 곳이 없어서 밤에 유흥주점에서 일하고 친구 집을 전전하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결심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컴퓨터 문서 활용법조차 몰라 자필로 쓴 지원서를 제출해야 했던 그 청년이 지금은 4년제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 조금이라도 이끌어주면 양지로 갈 수 있는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십시일방은 방친들에게 주거 외에 금융, 부동산, 진로, 생활역량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BC카드 제공

- 2기 프로그램에서 금융교육을 확대한 것이 눈에 띈다.

"십시일방 지원자 중에 정착금 1000만 원으로 구한 단칸방 보증금을 떼인 사례가 있었다. 자신을 보육원에 맡긴 어머니지만 ‘다시 잘 살아보자’고 하니 가족의 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함께 살 집을 구했던 거다. 하지만 친모가 몰래 보증금을 빼서 야반도주하고 갈 곳이 없어졌다. 이런 경우가 꽤 많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돈을 지키는 법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십시일방 금융교육의 핵심은 이렇게 사기를 당하거나, 잘못 투자하거나, 빌려줬다 받지 못하는 경우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실시하게 됐고 실제 효과도 거두고 있다."



- 금융교육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나.

"보육원에서 자라온 청년들은 부모님이 어떻게 돈을 벌어오고 가계를 꾸려가는지, 용돈은 얼마인지와 같은 일상적인 것을 체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자라온 배경을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조금융협동조합인 ‘키다리은행’과 함께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금융 MBTI 테스트를 통해 개인 성향에 맞춰 계획적인 소비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고 카드·보험·주식·펀드·채권 등 금융상품과 예·적금 기반 돈 관리 방법에 대해 세부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 십시일방 3기에서 더 발전시키고 싶은 점이 있다면.

"현재 십시일방의 10개 방은 월세 계약이지만, 올해 7월 시작 예정인 3차 사업부터는 5개를 전세로 계약하려 한다. 앞으로 예산 걱정을 하지 않고 영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주거 지원은 큰 돈이 드는 사업이다. 다행히 BC카드에서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현재까지 도와주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협업 모델이 다른 기관과 재단으로 널리 퍼져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쿠킹 스튜디오에서 십시일방 자립준비청년들과 떡만둣국을 만들고 있다. BC카드 제공

-자립준비청년 지원과 관련해 기업이나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임대주택이 있지만 부지가 주로 지하철과 먼 곳에 있고, 청년전세주택은 국가가 집주인과 계약을 하는 구조인데 매물이 많지 않다. 십시일방의 모토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기 때문에 직장과 학교에서 먼 곳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곳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방친들과 함께 부동산을 둘러보며 집을 구한다. 본인이 선택했으니 주거 만족도도 훨씬 높다. 민관에서도 이처럼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모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자립준비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주목도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관심 밖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 면에서 개선될 부분이 있을까.

"지난 설 연휴에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떡국 만들기 행사에 참여해주셨을 때 자립준비청년의 죽음에 대해 말씀드렸다. 법적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무연고자로 처리되고 시·도가 장례 주체가 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세상을 떠나는 그 날까지 아무도 곁에 없고 잊혀지는 것이 무섭다고 한다. 한 총리께서 현재 제도는 정비되어 있지만 부작용 없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을 주셨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받은 상처와 트라우마, 받지 못한 일상적인 경험과 가족 안에서의 사랑을 생각하면 조금 더 세심한 정책과 제도가 세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김지현 기자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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