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역발상 필요하다[김성훈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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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초 진행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1순위 청약에 3만582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42.3 대 1을 기록했습니다. 특별공급 물량도 평균 123.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메이플자이의 청약통장 당첨 가점은 커트라인이 69점이었고, 최고 가점은 무려 79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처럼 청약이 집중된 가장 큰 이유로는 ‘저렴한 분양가’가 꼽힙니다. 블랙 코미디입니다. 이 단지의 3.3㎡(평)당 분양가는 6705만 원에 달합니다. 전용면적 43㎡ 분양가가 12억 원대, 49㎡ 15억 원대, 59㎡ 17억 원대에 이릅니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지역이라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로또 청약’으로 불렸습니다. 당첨만 되면 최소 6억∼7억 원 이상 번다는 겁니다. 특히 지난해 1월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 이후 분상제가 적용되는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만 남았습니다.

반면 수도권 나머지 지역에선 시세보다도 비싸게 분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 3.3㎡당 분양가는 3505만 원으로 2년 사이에 37.5%나 뛰었습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았는데, 2022년에 추월하더니 지난해엔 분양가가 시세보다 252만 원이나 비싸졌습니다. 경기 지역도 지난해 3.3㎡당 분양가가 1867만 원까지 오르면서 시세보다 157만 원 높습니다. 분상제 지역이 규제를 받는 게 아니라 분양가 인하 혜택을 받는 꼴입니다.

결과적으로 집값이 제일 비싼 지역에서만 할인분양 아파트가 나오는 셈이니,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까지 분상제 지역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투기를 막겠다는 분상제가 투기를 조장하는 형국입니다. 올해 강남 3구에서만 1만8792가구가 분양할 계획이라, ‘비싸지만 싸다’는 모순이 계속 되풀이될 예정입니다. 분상제 역발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되레 현재의 분상제 지역을 건설사가 분양가로 얼마를 받든 풀어줘야 합니다. ‘그들만 사는 세상’의 아파트 분양가를 깎아줄 이유가 없습니다. 건설사들이 부촌의 초호화 단지에서 이익을 남기고, 다른 지역엔 분양가를 낮추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민·중산층에게도 서울·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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