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産 대공습 시대[뉴스와 시각]

김만용 산업부 부장

최근 정부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한국 시장 침투 문제를 점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들의 뒤에 서 있는 중국 정부의 근육이 두려워 구속력 있는 대안을 내놓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확장에 문제의식이 있다니 다행스럽다. 초저가의 중국산 저질·짝퉁·불법·유해 상품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인건비, 자본력 등의 차이로 한국 기업들은 도저히 중국의 제조원가와 판매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 중국의 생산·판매자들은 자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면 무관세 혜택까지 적용받는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해외 제품을 수입해오던 국내 소상공인들, 한국에서 저가 상품을 제조하던 중소기업들의 미래가 암울해졌다는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 사이에선 워낙 헐값이니 ‘하자가 있어도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까지 작동하는 듯하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의지할 곳 없는 한국의 작은 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대기업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 역시 중국산 제조업체의 대공세에 점차 벼랑 끝으로 밀려가고 있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로봇청소기와 진공청소기, TV 등은 출중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AS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한국의 가정과 주요 사업장으로 파고들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중국산 제품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지 오래다. 주부들 사이에선 한국산보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국내 시장 상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을 상대로 과거와 같이 일방적·대규모의 무역 흑자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2025년 제조 강국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이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이더니 마침내 그 결실을 맛보게 되는 셈이다. 국내 전자업체 한 임원은 “중국 제조업의 굴기는 오랫동안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며 기술 개발을 독려한 정부와 기술 발전을 위해 밤낮을 잊은 채 일해온 민간 기업이 손잡아 온 민관 총력전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발 쓰나미에 휩쓸릴 위기에 처한 현재, 한국의 현주소는 암담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기업 발언과 발표만 있었을 뿐 실행된 것은 찾기 어렵다. 기업들도 정부의 규제 개혁과 대규모 투자 약속을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노동계와 거대 야당은 여전히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을 규제와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제 무능 집단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반성의 기색도 없이 정부와 기업의 발목만 잡는다. 대륙에서 몽골·거란이 세력을 키우며 고려 침략을 준비하던 시대에도, 바다 건너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정벌을 꿈꾸던 순간에도 우리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감고 있다가 자중지란에 빠져 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제 역사는 경제의 한 페이지에서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대공습 속에 우리도 민관이 단결해 대한민국 기업과 시장부터 지키고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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