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면 석유 나온다? 땅굴파 송유관에 구멍 내려한 남자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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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A 씨 일당들이 판 땅굴 사진. 대전경찰청 제공



일당은 8명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3월 초까지 충북 청주에 있는 모텔을 통째로 빌렸다. ‘모텔 사업을 하겠다’는 말로 숙박시설 주인을 속이고 월세 450만 원도 냈다. 계획은 이랬다. 이들은 삽과 곡괭이, 호미 등을 이용해 모텔 지하실 벽면을 뚫고 땅굴을 파려고 했다. 인근에 묻혀있는 송유관에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송유관에 접근하기면 하면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일당에는 석유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굴착(땅굴 파기) 작업자 등과 대한송유관공사 기술자까지 포함됐다.

계획은 거의 실행됐다. 이들은 가로 81㎝, 세로 78㎝에 약 9m 길이 땅굴을 팠다. 송유관 30cm 앞까지 접근했지만 석유를 훔치지는 못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경찰 수사로 지난해 3월 현장에서 모두 붙잡혔다. 산유국도 아닌 나라에서 석유 재벌을 꿈꿨던 이들의 범행은 백일몽으로 돌아갔다.

27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부 김병식)는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총책 A(59) 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또 전 대한송유관공사 직원인 B(66) 씨와 범행을 계획한 C(50) 씨, 기술자 D(45) 씨 등 4명은 징역 2년 6월~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 씨는 주도적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범행 현장을 전반적으로 관리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범행 도구들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점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 역시 "일당이 범행 발각 후 모텔을 원상복구 하는 데 노력하는 등 피해 회복에 나선 사실은 유리하나 범행의 사회적 해악이 크고 다수 공범이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며 A 씨 등 주범 4명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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