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여, 돌아오라 환자 곁으로[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9 11:38
프린트
이승욱 서울대 명예교수·보건학

오늘의 의료 사태에 대한 원고 청탁을 덜컥 수락하고 나니 걱정이 앞섰다. 복잡한 상황을 다시 생각할 때 후회 막급이었다. 일단 머리를 식히고자 찾은 곳은 안산 자락길. 길을 걸으며 바라본 안산, 봉우리가 두 개다. 조선 건국 시 한때 이곳에 한양도성을 구축하려고 했다가 봉우리가 두 개라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이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두 개의 봉우리로 여전히 건재한 산을 바라보노라니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 대립 현실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것은, 이번에 발생한 집단행동이다. 물론 그 이유는 언론 보도로 잘 알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한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특히 전공의, 그들은 가장 최근에 선서한 집단이 아닌가? 또, 왜 전공의들만이 나섰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하루아침에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떠나 버렸다. 물론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여태까지 치료에 매진하던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그 상황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숭고한 사명감 속에 생명을 살리기 위해 환자들을 치료하던 그 정신은 어디로 갔나? 환자들의 의사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그 의사들을 볼 수 없게 된 환자들의 충격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그 충격을 알면서도 집단행동을 했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요구 사항이 잘 해결돼 전공의들이 제자리에 돌아왔다고 하자. 가장 먼저 할 일로, 의무 기록을 보다가 환자들의 악화한 상황을 알고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에 떨었을 환자들과 과연 평온하게 대면할 수가 있을까? 미래 의료 환경의 혼란을 막기 위한 집단행동이 이처럼 현재의 자기 환자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더구나 이 혼란의 일차적인 주체가 환자를 떠난 의사 본인이 돼 버린 모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답은 하나다. 즉각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부터 안심시켜야 한다. 정부를 따르라는 게 아니다. 복귀는 굴복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 이미 반대 의사를 보인 것은 커다란 성과다. 정부는 미래를 걱정해 증원이 필요하다 했다. 반면, 의사는 무분별한 증원이 오히려 혼란을 자초한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여유를 갖고 복귀한 의사들을 보듬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의사들은 마주 앉아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하책일 뿐인 단체행동보다는 최고의 지식 집단 수준에 걸맞게 상호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과격은 또 다른 과격을 부를 뿐이다.

현 사태가 길어진다면 국민의 여론 동향과 정부 방침으로 볼 때 의사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각종의 의료 지표도 사실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이나 진료보조(PA) 인력의 활용 등이 대체적 임시 조치로 도입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는 정규 제도로 굳어져 향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제도로 법제화될 수도 있음을 걱정한다.

안산(鞍山)은 안장(鞍裝)의 산이라는 뜻도 된다. 안장은 두 봉우리를 대립시키는 게 아니라, 하나로 엮는 지혜를 뜻한다. 미래의 의료 주역, 전공의들이 국민의 의료 문제 해결에서 안장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욱 서울대 명예교수·보건학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