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8·15 광복절 경축사는 국정 방향과 외교 방향을 포함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105주년 3·1절 기념사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자유주의’와 ‘통일’이다.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자유’의 개념을 정의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에서의 ‘자유’와 게오르크 W F 헤겔이 말한 ‘자유’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자유민주주의에서의 자유란 시장경제를 전제하고 있어 ‘자유로운 경쟁’의 의미를 포함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유로운 경쟁이 항상 공정한 경쟁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돼야 한다.
반면, 헤겔 철학에서 자유라는 개념은 ‘욕구 충족’과 관련이 깊다. 헤겔은 카를 마르크스라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와 로렌츠 폰 슈타인이라는 독일식 사회복지 국가(Sozialstaat)의 창시자를 제자로 두었다. 한 사람은 사회주의 철학자였지만, 다른 한 사람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주장하는 사상가였다.
이렇듯 헤겔의 두 제자 사이에는 현격한 이념적 차이가 있지만, 이 둘은 ‘자유’란 욕구의 충족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헤겔의 ‘자유’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런 헤겔식 자유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슈타인이 아닌 마르크스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배급을 통해 최소한의 먹거리를 보장하면 식욕과 생존이라는 욕구가 충족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사회주의 정권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부정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주장과는 달리 욕구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는 모든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사례를 보면, 욕구 충족과 자유는 분명한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욕구 충족이 불가능해 ‘자유로울 수 없음’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자유주의를 언급한 것은, 자유주의는 사회주의라는 좌파 이념과는 절대로 같이 갈 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혼동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개념을 인정하지 않거나 일종의 통제 대상으로 생각하는 좌파에게서 자유주의 구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일부 계층이나 ‘직업군’은 사회주의를 권위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착각한 나머지 자유주의를 진보적 좌파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이런 틀린 주장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여기에 ‘통일’을 연결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같은 민족’ 아닌 ‘적대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한 분명한 반박이자 ‘민족 통일’은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이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는, 국내의 ‘이념적 착각’ 또는 ‘의도적 오도’를 걷어내고, 북한의 대남 전략에 정면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1절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통성의 뿌리와 역사적 책무를 일깨운 것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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