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한번으로 소리가 바뀌는 마법… 지휘자에 인정받는 지휘자 되고 싶어”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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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후 첫 공연 윤한결

지난해 8월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지휘자 윤한결(30·사진)은 중학교 때부터 뮌헨 국립음대에 입학하기까진 줄곧 작곡을 전공했다. 그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곡을 할 땐 괴롭게 꿈을 키워나갔다면, 지휘를 통해선 즐겁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제네바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못하자, 그는 지휘로 과감하게 노선을 전환했다. 그 후 매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9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지휘 부문 1등상인 네메 예르비상을 최연소로 받았고, 2021년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최한 국제지휘 콩쿠르에서 2위와 관객상을 받으며 세계 안팎에 눈도장을 찍었다. 2022년엔 세계적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정명훈 등이 속한 기획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올해 8월 세계 최고의 클래식 축제 중 하나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됐다.

윤한결은 “동작 한 번으로 멋진 소리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지휘가 즐겁다”며 “동작에 따른 결과가 바로바로 음악에 느껴지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작곡에 대해선 “아침에 뭔가 떠올랐다가 저녁엔 생각이 안 나거나, 밤엔 좋았던 곡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너무 별로일 때가 많다”며 “보이는 성과가 없다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한결은 요즘 작곡과 씨름 중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자신이 작곡한 현대음악 작품을 지휘하기로 한 것. 그는 “15번이나 주제가 바뀌었다. 아직 10마디 정도밖에 못 썼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8월까지 시간이 촉박해 보이지만, 윤한결은 여유가 있었다. “갑자기 필(느낌)받아서 (작곡이) 잘 될 때가 있는데, 그것만 기대하고 있어요.”

지휘자로서 목표를 묻자 윤한결은 명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언급하며 “지휘자에게 인정받는 지휘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라이버는 지휘 동작 하나만으로 오케스트라 소리가 완전히 바뀌고, 음악의 흐름을 바꾸는 마법을 많이 보여줬다”며 “그런 뛰어난 테크닉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윤한결은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와 공연한다. 지난해 콩쿠르 우승 후 국내 첫 무대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에프랑 바부제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고,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과 ‘풀치넬라 모음곡’을 들려준다. 그는 “스트라빈스키가 작곡가로서 전성기 때 쓴 ‘불새 모음곡’과 작곡가로서는 황혼기지만 인생의 황금기 때 쓴 ‘풀치넬라 모음곡’을 함께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레퍼토리로 삼고 싶은 작품으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꼽았다. 다만 열혈팬이 많은 구스타프 말러에 대해선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내 말로는 제가 이성적이어서 그렇대요. 말러의 음악은 울분에 차서 ‘슬프다’, ‘화난다’ 하는데, 저는 ‘굳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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