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2시간 30분 늦은 아내[결혼했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09:05
  • 업데이트 2024-03-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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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조병군(39)·임지유(여·37) 부부

‘2시간 30분.’ 저(병군)의 인생을 바꿔놓은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지난 2018년 요맘때 친구 주선으로 한 카페에서 아내와 소개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약속 시간을 갑자기 늦추더니 그마저도 늦더라고요. 2시간 30분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아내는 소개팅 자리에 나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늦었대요. 그러다 예의가 아니다 싶어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온 거였어요.

그런 아내의 사정도 모르고 저는 처음 본 순간, 아내에게 반했어요. 당시 저는 그다지 여자와 대화를 잘하지 못했는데, 처음 본 아내와 3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어요. 아내가 대화를 잘 이끌어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내는 나오기 싫었던 소개팅이었지만, 저와 대화가 잘 통해 헤어지기 아쉬워 맥주 한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카페를 나와 들어간 술집에서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 저 혼자 소주 2병과 맥주를 추가로 마셨어요. 2차로 간 치킨집에서, 아내에게 “만나보고 싶다”고 고백했죠.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태어나 처음으로 필름이 끊겼거든요. 다행히 2차 이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다시 아내에게 “오늘 느낌이 좋다”며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어요.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어요. 아내는 수줍게 자신을 바라보는 제 모습이 귀여웠대요. 제 고백을 받아주며 소개팅 당일 바로 연인이 됐죠.

결혼도 속전속결이었어요. 연애를 시작한 다음 해인 2019년 3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사실 저는 교통사고 등으로 우울증을 겪었어요. 아내를 만나고 나선 우울했던 제 모습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결혼을 결심했죠. 지금도 아내와 이번 주말 어디로 여행 갈지를 고민하는데, 그게 참 행복해요. 누구 앞에서 춤을 춘 적이 없는데 아내 앞에선 춤도 추고 성대모사도 해요. 아내를 만나기 위해 기다린 2시간 30분이 제 인생을 바꿔놓았죠.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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