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쓸모없는’ 과학이 필요할 때[북리뷰]

■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오스미 요시노리·나가타 가즈히로 지음│구수영 옮김│마음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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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구는 어디에 도움이 되나요?” 중성미자 천문학의 창시자인 고시바 마사토시는 200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뒤 질문에 답한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현대 과학이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와 나가타 가즈히로 교토대 명예교수는 이와 전면 배치되는, 위의 한 마디에 집중한다. 각 분야의 정점에 선 두 과학자는 과학의 쓸모를 묻고,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허심탄회한 당부를 전한다.

나가타 교수는 ‘이 세상에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을 뛰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자에게 허용된 유일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추구할 수 있는 자유”라며 호기심과 흥미는 과학의 원동력임에 틀림없다고 재차 강조한다. 오스미 교수도 수학을 못 해서 문과에 가고, 물리학을 못해서 생물을 선택하는 교육이 아니라 장점에 집중해 재미를 끌어내 끈기를 만드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마지막 대담을 통해 저자들은 처음으로 돌아와 ‘과학이 도움이 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며, ‘과학과 기술은 다른 개념’이라는 말로 후학들을 위로한다. 더불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시대’를 우려하고, 젊은 과학자들이 ‘주체적인 실패’를 계속할 수 있도록 과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에 놓아두자”고 제안한다. 256쪽, 1만8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