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우리가 러시아 테러 배후”… 러 “우크라 소행” 고수

러시아, 키이우 등 미사일 무차별 공격… 전쟁 격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의 배후임을 자처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상황도 한층 격화하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미사일 29기와 드론 28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이날 오전 X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러시아가 드론과 미사일을 무차별 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한 기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는 일도 벌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S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달 초 테러 공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러시아 당국에 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는데, 미국의 경고에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돌리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왓슨 대변인의 주장에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테러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예산과 병력 충당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최근 오는 연말까지 14개 사단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선 50만 명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4조 루블(약 58조 원) 규모 재정확대를 위한 증세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이슬람 국가와 개발도상국 등과 함께 미국과 투쟁 중이라는 기존 선전에 대한 타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