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교수·전공의 제각각… ‘증원 의견’도 통일 안되는 의료계

비대위·전의교협·교수협 등
정부 대화에 단일창구 없어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대화 물꼬를 틀 단일창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형병원, 중소병원을 비롯해 의대 교수, 전공의, 개원의, 의대생 입장이 모두 달라 통일된 요구 사항도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계를 상대로 의정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의사단체 사이에서는 통일되지 않은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의료계는 증원 여부와 규모,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두고도 입장 차를 드러내면서 정부가 논의할 대상은 없는 셈이다. 집단사직한 의대 교수들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로 양분돼 있다.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전의교협은 “정부의 (2000명 증원 규모) 철회 의사가 있다면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증원 철회에 대해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방재승 전의비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 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한 후 사퇴 압박에 시달린 바 있다.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감축과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 차기 회장 최종후보에 오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료 접근성이 좋아 오히려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명 내지 1000명 줄여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파면하고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후보인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료 농단의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의대 교수, 의협 등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와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들은 병원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의대 교수들에 대한 반감도 크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안을 만들더라도 전공의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