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포장마차… 한·일 도시서 포착한 20개의 풍경

박춘순 해든뮤지엄 관장
양국 사진작가 교류전 개최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한국과 일본, 양국의 ‘길’ 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진작가의 교류전을 통해 ‘파롤’(Parole·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발화)의 공명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예술 지향적 컬렉터’로 주목받는 박춘순(여·77·사진) 해든뮤지엄 관장이 이달 5일부터 8월 4일까지 아주 특별한 사진전을 개최한다. 전시명 ‘길 위의 파롤’(오른쪽 사진)은 니체와 함께 비평이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천재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의 관점에서 풀어낸 ‘시각 언어’이다.

교류전에 참가한 스즈키 다쓰오(鈴木達朗)를 비롯한 15명의 일본 작가들은 길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셔터에 담았다. 주용성과 양경준, 최요한 등 5명의 한국 작가들은 아파트와 포장마차 등 도시에서 마주할 법한 소재를 비추며 길 위에 선 사진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올해로 개관 11년을 맞는 해든뮤지엄이 사진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여름 일본 작가들을 만난 박 관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국내에서는 그의 막내아들이면서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낸 신웅재 작가가 기획을 맡았다. 내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전시를 이어간다.

박 관장은 “길 위에 울려 퍼지는 20개의 발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시회를 소개했다. 전시 기간에는 역사학자와 함께 인천 강화도의 문화유적을 렌즈에 담는 워크숍도 열린다. 뮤지엄이 위치한 인천 강화도는 고려의 항몽시기 38년간 수도였다. 박 관장은 ‘해든’이라는 자신의 호를 이름으로 내건 뮤지엄이 다양한 기획과 수준높은 전시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예술에 대한 공감과 체험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