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작품 제일 낫다는 말 듣는 작가 되고싶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창비 본사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 아동 문학 최고 권위의 안데르센상 후보에 오른 이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이 있는 한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 안데르센賞 최종후보 동화작가 이금이

글 작가로 한국인 첫 성과에도
최종목표는 ‘글 멈추지않는 것’

“이야기 상상하는 일 너무 좋아
조금이라도 나아진 글 쓰고파”

사할린 한인 그린 작품 준비중
“얼른 쓰고싶은 지금 가장 행복”

“점점 저랑 나이 차가 벌어지는 어린이·청소년 독자들이 ‘이 작가님, 우릴 너무 모르잖아!’라고 말하지 않는 한, ‘계속’ 쓸 거예요. (웃음)”

아동문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62) 작가는 소망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세계 아동 문학가들이 염원하는 ‘최고의 자리’를 눈앞에 두고, 그는 작가로서의 최종 목표를 그저 쓰는 것이라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의 수상 발표를 앞두고,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창비 본사에서 만난 이 작가는 “‘마지막 작품이 제일 낫네’라는 평을 듣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그건 사실 어렵고 ‘원대한 꿈’이다. 그래도 꿈은 크게 가지는 법 아니냐”며 웃었다.

20대였던 1984년 데뷔해 40년을 썼다. 50여 권의 책을 냈다. 교과서에도 실린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70만 부가 팔렸고,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시리즈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전면 개정판을 선보였다. 여전히 ‘읽히고’ 있다는 방증. 그 사이 영감의 원천이자, 첫 번째 독자였던 두 자녀는 30대로 성장했다. 그리고 ‘작가 이금이’는 “매번 새로운, 조금이라도 나아진 작품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꾸준함에 담아 지금, 여기에 이르렀다. “이야기를 상상하고 짓는 일이 너무 좋았어요. 쓰는 일은 늘 고통스럽지만, 성장통처럼 기꺼이 받아들였죠. ‘아, 나 또 크고 있네’ 하고….”

안데르센상은 앞선 2022년 그림 작가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수지 작가가 수상한 바 있다. 올해는 글 작가로서 한국인 최초로 최종 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림과 달리 글은 번역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아동 문학에 또 다른 이정표가 세워졌다는 평이다. 이 작가는 “그동안 한국 아동문학이 해외에서 성과를 못 낸 것에는 번역 문제도 컸다”고 지적했다. 창의성과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알려질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는 것. 그는 안데르센상에 제출한 대표작 5편 중 ‘유진과 유진’의 사례를 언급했다. 중국어와 일본어로도 번역된 이 작품은 아직 영미권에 수출되지 않았으나,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영어 번역 파일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 작가는 “후보에 오른 의미가 남다르고 소중하죠. 이걸 계기로 아동·청소년 문학을 알리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이 작가는 20∼30년 전 작품도 자주 살핀다. 읽다 보면 수정해야 할 부분이 나온다. 주로 과거엔 용인됐으나 지금은 부적절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들. 때로 ‘이걸 고치느니 새 작품을 쓰지’ 싶을 정도로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또, ‘문학은 시대상을 반영하기에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작가의 신념은 확고하다. “1980∼1990년대에 쓴 이야기를 2024년의 아이들이 읽고 있잖아요. ‘그땐 그랬어, 감안해서 보렴’ 할 수는 없지요.” 작가라면 젠더 감수성, 다양성 존중 등 독자의 눈높이만큼 시대의 눈높이에도 섬세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미권에 이 작가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미국 맥밀런 출판사에서 나온 ‘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이다. 구한말 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들 이야기로, 해외 독자들에게 한국 이민사 한 단면을 알렸다. 또,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렇게 역사 속 한인 여성들의 삶에 귀 기울여 온 작가는 이제 1940년대 사할린 땅의 한인들을 조명하려고 한다. 이른바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성. 지난 1월 안데르센상 후보 발표 후, 이 작가는 “태어나서 글 쓰는 것 아닌 일로 가장 바빴던 두 달”이라고 회고한다. 볼로냐 도서전에서 열리는 북토크와 개인 강연 준비, 그리고 국내 독자들과의 대화로 요즘 통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그러는 중에 마음 속 이야기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이미 사할린 땅에 가 닿았다. “얼른 쓰고 싶어요. 인물들이 어서 빨리 제 마음 밖으로 나오고 싶다고 아우성치거든요. 이때가 가장 행복하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