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PF 인수 등 공적역할 증대에… 심화되는 ‘LH 재정난’

우발채무 이미 5조 넘는데
사업장 인수 3조 조달해야

정부가 건설업계 불황으로 인한 자금 경색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를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만성적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공적 역할까지 떠맡으면서 재무건전성 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건설사 자금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실 PF 사업장을 LH가 인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브리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 중 PF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곳의 신청을 받아 LH가 부지를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3조 원 규모의 인수 재원은 LH가 부채상환용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금융기관에 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PF 부실로 인해 불거진 위기를 LH의 빚으로 만회하려는 셈이다.

문제는 LH가 이미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LH는 2022년에 부채비율 200%를 넘겨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19.8%로, 2020년 234.0%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됐으나 여전히 200%를 웃돌고 있다.

LH가 이 같은 상황에서 부실 PF 정리 사업까지 지원하게 되면 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재부는 LH의 부채 규모가 2023년 154조5000억 원에서 2027년 186조6000억 원으로 32조1000억 원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게다가 LH는 지난달 8일 경영상 부담이 될 수 있는 ‘잠정적 부채’인 우발채무가 5조7822억여 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밝힌 바 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미분양 발생 시 LH가 할인 매입하기로 약정한 내용과 약 2조3600억 원 규모의 소송이 우발채무로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H는 영업이익 감소로 지난해 상반기 316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된 상태다. 특히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중 재정성과 배점을 배로 늘리면서 LH의 올해 평가 점수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