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계시’ 여겼던 예지몽… 미래 생존정보 찾는 ‘뇌의 시뮬레이션’[북리뷰]

■ 꿈의 인문학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조은아 옮김│흐름출판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일그러진 시계 그림부터 폴 매카트니가 쓴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Yesterday), 베토벤과 헨델이 잠든 상태로 선율을 작곡하고 깨어난 일화까지. 인류 역사 속 수많은 명작들이 꿈에서 출발했다. 창작 활동뿐 아니라 인류 진화 과정에서도 꿈은 큰 역할을 했다.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은 꿈을 통해 인지 능력을 향상시켰고 문명을 이룩한 현재에 이르러서도 유아기에 잠을 자면서 지적 발달을 이룬다.

이 배경에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과 꿈의 조화가 있다. 지구상에 인간 외에 꿈을 꾸는 동물이 존재하지만 잠을 자면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을 남겨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신경과학자이자 히우 그란지 두 노르치 연방대의 뇌 연구소 설립자인 싯다르타 히베이루가 책 ‘꿈의 인문학’을 통해 “일어나기 전에 몇 분 더 침대에 머물며 깊은 내면으로의 여행을 기억하고 자세히 기록하기”를 권하는 이유다.

책은 꿈을 꿀 때 뇌가 작용하는 방식부터 관련 과학 이론의 발전 과정까지 총망라한다. 종교적 의미가 강했던 고대를 지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근대 연구를 거쳐 현대의 뇌과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꿈은 그 의미와 해석이 달라져 왔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인간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만든 핵심은 ‘예지몽’과 ‘자각몽’에 있다고 말한다. 미래를 본 것처럼 느끼는 예지몽은 사실 인간이 겪은 강렬한 경험이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이뤄내는 과정이다. 과거에는 신의 계시나 예언으로 여겨졌지만 실은 인간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존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도약의 순간인 것이다.

꿈에서 또렷한 의식을 갖는 자각몽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 뇌를 자극할 수 있는 기회다. 1980년 스티븐 라버지의 연구에 따르면 각성과 렘수면의 중간인 자각몽 상태에서 우리 뇌는 의사 결정과 의도성, 시각, 반사적 의식, 기억, 공간 등과 관련된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된다.

오늘날 도시의 불빛으로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꿈은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10년 9시간에 달했던 미국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최근 6시간에 가깝게 줄어들었다. 남아프리카의 신경학자 마크 솜즈에 따르면 꿈은 도파민으로 활성화되는 보상 체계다. 즉 도파민양이 늘어나야 꿈꾸는 시간도 늘어나는 만큼 양질의 수면을 하지 않으면 꿈을 꿀 기회도 그만큼 적어진다.

저자는 불면증과 함께 빈부 격차, 인구 소멸, 기후 위기의 시대에 꿈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내는 정신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어젯밤 꿈을 꿨다면 그것이 길몽이건 악몽이건 이렇게 생각하자. 꿈은 그 자체로 좋다. 568쪽, 3만5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