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신념’으로 자리잡은 혐오와 차별… 정치 추락, 표로 막아내야 [허민의 정치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9 09:57
  • 업데이트 2024-04-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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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민주당 反여성적 막말

이재명 대표와 총선 후보의 ‘여성성 모독’ 일상화… 우리 안의 ‘제2의 성’ 인식 드러내
혐오의 DNA, 오만과 광기가 선거판 지배… 소중한 주권 행사로 증오의 막장정치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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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반여성적·반사회적 발언들이 총선 판을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의 “나경원은 나베” 언급, 김준혁 총선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은 이번 총선 과정 전체를 통틀어 최악의 막말이자, 여성성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진보를 자임하는 민주당 안에 자리 잡은 ‘제2의 성’ 인식이 차별과 증오를 생산 중이다. 여성 혐오가 민주당 내에서 하나의 집단문화이자 집단신념으로 굳어진 듯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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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베’ 모독

이재명 대표는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를 ‘나베’라고 했다. 지난 2일 같은 지역에 출마한 류삼영 민주당 후보 유세 지원을 위해 타고 가던 차량 안에서 생중계한 유튜브 발언이다. “나경원 후보는 나베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국가관이나 국가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 대표 측은 나베가 ‘나경원+아베’의 뜻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 후보가 과거 2004년 서울에서 열렸던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던 사실을 놓고 틈만 나면 벌여온 일종의 친일 프레임이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맞아 일찌감치 “동작을 선거는 신(新) 한일전” 등으로 ‘나경원=친일파’ 선전전을 벌여왔다.

이 대표의 ‘나경원=나베’ 공격에는 ①이 같은 친일파 덧씌우기 외에도 ②여성성에 대한 혐오와 모독이라는 더더욱 독한 프레임이 자리한다. 일본어 사전에 ‘나베(なべ, 鍋)’는 냄비를 뜻한다. 속어로는 하녀(=おなべ)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만 해도 여성에 대한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나베는 여성성을 극도로 모욕하는 비속어로도 쓰였다는 점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총선을 취재하는 주한 일본 특파원들에 따르면 나베는 여성에 대한 강한 경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나경원=나베’ 발언은 최근 문제가 됐던 류삼영 후보 포스터 이미지와 중첩된다. 개딸들이 만들어 올린 이 포스터는 ‘냄비는 밟아야 제맛’이라는 구호를 배경으로 류 후보가 냄비를 짓밟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나 후보를 냄비로 묘사한 류삼영 포스터나 나베로 공격했던 이 대표의 발언은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나경원 혐오’를 넘어 ‘여성에 대한 혐오’이며, 여성을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딸로 둔 대한민국 유권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집단신념

여직원 성폭력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광역단체장 자리에서 줄줄이 물러난 후 사법적 단죄를 받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인사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이른바 진보 진영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그러나 성범죄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겐 ‘피해 호소인’ 등 언급으로 2차 가해를 일삼았다. 민주당에서 여성 혐오와 폄훼와 모욕은 하나의 집단신념이자 집단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차별과 증오는 현재진행형이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후보는 자칭 ‘궁중 에로’ 전문 역사학자다.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박정희, 위안부와 성관계” “고종, 여자 밝혀 나라 망했다” “연산군 스와핑” 등 여성 혐오적 발언들을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이화여대 교수 출신의 김숙희 전 교육부 장관은 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에 대해 “듣도 보도 못한 역사학자가 국회의원 후보라고 나와서 더러운 소리를 했다”고 질타했다. 앞서 4일 이대 졸업생·재학생들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김준혁 후보의 사죄와 사퇴를 요구했다. 위안부가족협의회,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등은 김 후보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와중에 8일 이 대표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과거 미군에 여학생을 성상납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영상과 함께 “역사적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라는 글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 잠시 후 삭제했지만, 이는 김 후보의 막말을 ‘역사적 진실’이라고 두둔한 것으로 해석된다. 찐명으로 분류되는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도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라고 김 후보를 편들었다. 조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시킨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던 이다.

◇‘제2의 성’

앞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을 빗대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며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었다. 민주당 내에 면면히 흐르는 여성 혐오의 DNA를 확인하게 한 막말이다.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잘 알려진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전후(戰後) 프랑스의 지성계를 상징한다. 보부아르가 ‘제2의 성’을 펴낸 건 1949년의 일이다. 남성을 제1의 성이자 주류의 성으로, 여성을 제2의 성이자 비주류의 성으로 구분해온 성차별의 역사, 여성 폄훼의 시대상을 파헤친 이 책은 발간 즉시 전 세계로 전파돼 페미니즘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슷한 시기,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은 여성을 ‘하늘의 절반(半邊天)’이라고 했다. 대장정 이후 대약진운동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마오의 슬로건 중 하나는 ‘여성은 그 어깨에 하늘의 절반을 지고 있다’였다.

그러고도 긴 세월이 흘렀다. 이재명 대표의 나베 언급, 김준혁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은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민주당 인사들의 전근대적 관점과 시선을 드러낸다. 여성을 함부로 다뤄도 되는 물건처럼 치부함으로써 여성성의 본질을 부정하고 타자화하며 성적(性的) 대상화했다.

민주당의 여성 차별과 혐오는 폭력이다. 여성을 ‘제2의 성’으로 취급하는 집단신념이 유지되는 건 그 어떤 폭력도 단호히 거부했던 김대중-노무현 정신에 대한 배신이며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어온 민주당의 전통에 대한 배신이다. 이는 여성 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대한민국 모든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진창수 센터장이 전해준 주한 일본 특파원의 말이다. “한국의 선거에는 왜 정책 대결은 안보이고 증오와 막말만 난무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표의 심판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나베 망언에 사과하지 않았다. 김준혁 후보도 버젓이 총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욕 좀 먹어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오만과 광기가 민주당 전체를 지배한다. 막말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막말이 유령처럼 대한민국을 배회 중이다. 차별과 모독, 증오와 혐오의 저질정치를 막고 미완의 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길은 표의 심판뿐이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제2의 성’은 여성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보부아르의 저서. 원시부터 근대까지 남성에 의한 여성 경시와 차별의 역사성을 역사·사회학·철학·인류학·생물학·정신분석학을 동원해 탐구 분석.

‘하늘의 절반’은 대장정 이후 대약진운동 때까지 마오쩌둥이 내건 슬로건. 여성의 사회적 동원을 위해 제기한 것이지만 중국 내 여성해방운동의 모태가 됨. 클로디 브로이엘의 동명 저서가 있음.

■ 세줄요약

민주당 막말 :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의 반여성적·반사회적 발언들이 총선 판을 혼탁하게 해. 이재명의 “나경원=나베”, 김준혁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은 최악의 막말이자, 여성성에 대한 심각한 모독.

집단신념 : 진보를 자임하는 민주당에 자리 잡은 ‘제2의 성’ 인식이 차별과 증오를 생산. 여성 혐오가 민주당 내 하나의 집단문화이자 집단신념으로 굳어진 형국. 이재명은 사과하지 않았고 김준혁은 총선 레이스 완주.

표의 심판 : 보부아르가 ‘제2의 성’을 펴낸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민주당의 성차별 문화는 여전함. 차별과 모독, 증오와 혐오의 저질정치를 막고 미완의 민주주의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길은 표의 심판뿐.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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