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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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밤양갱’이란 제목의 노래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은박지 포장에 묵처럼 물컹한 식감의 양갱은 이가 시원찮은 어르신들의 간식거리로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에는 노래에 힘입어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그 전에는 운동을 하는 이들이 열량을 보충하고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먹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자로는 ‘羊羹’이라 쓰는데 각각 ‘양’과 ‘국’을 뜻하니 양으로 끓인 국일 듯하지만 의외로 일본의 전통 과자 중 하나여서 과거에는 일본식 발음인 ‘요칸’으로 부르는 이도 많았다. 팥을 주재료로 해서 설탕과 물엿을 넣고 한천을 넣어 굳힌 것이니 도토리나 녹두의 녹말로 만드는 묵과는 조금 다르다. 일본에서 전래되었으니 일본 과자라고 해야겠지만 7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 우리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양갱을 먹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당한 단맛과 편안한 식감을 이유로 꼽는 사람이 많다. 달지만 사탕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씹기 쉬운데 엿처럼 이에는 달라붙지 않으니 꽤 괜찮은 간식이다. 게다가 운동 중이나 후에 먹으면 높은 탄수화물 함량 때문에 열량 보충과 피로 해소에 좋으니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내가 늘 바란 건 달디단 밤양갱’이란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이들에게는 단맛이 매우 강하게 느껴지나 보다.

양갱은 쓴맛이 도는 녹차나 커피와는 어울리는데 라테나 과일차 등 단맛이 강한 음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맛과 쓴맛이 서로의 맛을 상승시키는 데 반해 단맛과 단맛이 서로 싸우는 격이기 때문이다. 노래에서는 ‘달디단 단맛’을 반복적으로 읊고 있지만 이별의 쓴맛 때문에 단맛이 더 그리운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단맛만 있다면 단맛을 모르거나 더 자극적인 단맛만 찾게 될 것이다. 이별의 쓴맛을 보았으니 적당한 단맛의 새 연인을 만나길 기원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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