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불통 이미지 벗고, 李는 국정파트너 자리매김

■ 정치적 득실은

총리 인선 등 협치 출발 기대
빈손 회담땐 비판 역풍불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은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면 양측이 모두 ‘플러스 요인’이 있지만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 후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 일단 이 대표가 국정 파트너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를 벗은 가운데 회담이 끝나고 이번 주 공동 의제를 바탕으로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윤·이 회담’을 “윤 대통령이 민생 파탄과 국정 기조 대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는 자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야당 대표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을 넘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마주 앉는 상징적 장면이 양측 모두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회담을 먼저 제안한 윤 대통령은 협치의 물꼬를 트고, 이 대표는 국정을 발목 잡는 야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벗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회담에서 총리 인선 문제가 거론되고, 추후 논의를 통해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총리가 지명될 경우 ‘극한 대치’를 반복하는 정국 흐름이 바뀌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총리 후보에 대한 야당의 의견을 묻든, 야당을 포함한 국회에 추천해달라고 하든 대통령실은 총리 인선부터 협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 총리를 추천하라는 건 대통령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총리인선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어서 민주당에 추천을 요청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사실상 내려놓는 것을 의미해 추천보다는 협조를 당부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이 ‘빈손’으로 끝날 경우 양측은 어렵게 성사된 협치의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회담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고, 이 대표는 대통령실이 수용하기 어려운 의제를 내세워 ‘빈손 회담’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 대표는 “국민은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으로부터 항복 문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복원’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