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60엔 돌파… 고삐풀린 엔저에 원화도 ‘불안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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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동조화… 원화 약세 우려
장중 달러당 1384원대 치솟아

엔·달러 환율이 29일 오전 한때 34년 만에 160엔을 찍으면서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졌다. 미·일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을 거란 전망에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엔화 동조화 경향이 짙어진 원·달러 환율도 같은 시간 1384원대로 치솟았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역외에서 10시 35분쯤 160엔을 돌파한 뒤 오전 11시 15분 현재 159.1엔 수준으로 내렸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엔화는 지난주 일본은행(BOJ)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약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환율을 직접 통제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며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후 엔화 값은 달러당 156엔대로 직행했고, 같은 날 밤 미국 물가지표 발표 뒤에는 158.4엔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도 엔화에 영향을 받아 1380원대로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7원 오른 1379.0원에 개장했다가,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찍자 1384.6원까지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이 159엔대로 내려온 후에는 원·달러 환율도 1380원대 초반으로 내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에 베팅한 투기 포지션이 아직도 많아서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도 이런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 1분기 우리 경제의 깜짝 성장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엔화와 함께 약세를 탈 수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당국으로 추정되는 시장 개입이 두 차례 있었음에도 이미 진압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엔화 약세 베팅 열기가 아시아 통화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