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대, 진짜 저무나?[김영주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4 11:41
  • 업데이트 2024-05-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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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아파트 42㎡를 5억6500만 원에 산 윤모 씨는 매수 4개월 만에 4억9000만 원으로 곤두박질친 시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3∼4년 전 재건축한 다른 단지는 40㎡를 109㎡로 받는데 8600만 원이 들었지만 윤 씨 아파트는 2억4894만 원의 추가분담금이 나오면서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 추가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4년 현재 치솟는 공사비와 인건비로 서울의 알짜 재건축 사업마저 멈춰 서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평당 500만∼600만 원 선에 불과했던 아파트 평당 공사비는 현재 보통 700만∼800만 원, 고급화를 지향한다면 1000만 원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5년 만에 건축비가 2배 뛰면서 윤 씨와 같은 매수자는 재건축 완료 시까지 기다림이 길어지고 시세가 떨어지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재건축은 끝났다”는 종말론이 득세하는 이유다.

시계를 제대로 돌려 보자. 사실 윤 씨의 재건축 매수는 2008년 중국의 수요 증가로 전 세계가 원자재값 상승의 파고를 맞았던 당시 한 언론에 소개된 케이스다. 2008년 봄, 부동산 기사의 헤드라인은 이렇다. ‘철근값 1년 새 껑충…건설현장 아우성’ ‘강남 재건축 바닥은 어디일까’ ‘재건축 불패 끝났다’ 등. 2024년의 데자뷔다.

하지만 윤 씨가 산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차는 10년 뒤인 2018년 9500여 가구 단지인 ‘헬리오시티’로 재탄생했다.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의 현재 시세는 21억 원에 육박한다. 당시 원자재값 상승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일거에 해소됐다. 재건축 아파트는 이후 5∼6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기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2013년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자 서서히 반등했다. 20년 이상 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한국부동산원)는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와 격차가 매년 줄어 2021년 7월 신축 가격을 앞섰다.

이번에야말로 재건축의 시대는 끝난 걸까? 올림픽대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세련되게 수놓은 커튼월룩 신축 아파트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1970∼1980년대 지어진 회백색의 콘크리트 덩어리 아파트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뤄서 더 그렇다. 이 신상 단지 안에서 교통사고 걱정 없이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며 가지각색의 테마 놀이터를 종횡무진 하는 아이들을 보면 재건축의 종언은 섣부른 판단이다.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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