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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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땅을 떠나 남녘에 온 탈북민들은 소시지를 모른다. 북녘의 살림살이가 어려워 소시지를 접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본래 버려질 운명인 온갖 잡고기를 다지고 양념해 창자에 넣어서 만든 것이니 그리 비싼 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소세지, 쏘세지’ 등으로 불리고 쓰이는 소시지가 영어에서 유래한 것이듯 북한에서는 러시아어 ‘콜바사’에서 유래한 ‘칼파스’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그냥 먹기엔 꺼려지는 여러 부위와 냄새나는 내장조차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소시지인데 여러 부위를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갈아서 다른 재료와 섞고 갖가지 양념까지 했으니 먹을 만하게 되었다. 이것을 창자에 가득 채워 훈연하니 저장성까지 좋아져 훌륭한 가공식품이 되었다. 다만,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해 웬만해서는 집에서 만들 수 없어 마냥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재료와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리의 순대와 비슷하지만 소시지는 보통 피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순대와 비슷하다고 해서 한때 ‘양순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요즘에는 여러 종류의 소시지를 접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소시지 하면 ‘분홍 소시지’라고도 불리는 어육 소시지를 뜻했다. 지금도 추억의 도시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 음식이다.

‘법률은 소시지와 같아서, 우리는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수록 그것을 싫어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법에 대한 말이지만 소시지의 재료와 가공 과정의 위생 상태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소시지를 ‘샹창(香腸)’이라 하는 것과 맥락이 통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향기로운 내장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냄새를 잡기 위해 갖은 향을 쓴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는 옛말일 뿐, 요즘은 일부러 맛있는 부위를 써 위생적으로 가공하니 안심해도 좋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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