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준비한 우비입고 ‘3시간 떼창’… 공연도 배려도 빛났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7 09:16
  • 업데이트 2024-05-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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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휘황찬란한 문양이 새겨진 재킷을 입고 “옛날에 마이클 잭슨이 이런 옷을 입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임영웅. 물고기뮤직 제공



■ 상암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콘서트

전국 투어 콘서트 피날레 무대
임영웅 “하늘이 특수효과 선물”
안무가 158명 한국 공연 최대

비 맞으며 “춥진 않나” 팬 챙겨
잔디 훼손 피하려 하얀 천 씌워
돌출무대·열기구… 관객 눈맞춤


“하늘이 저를 위한 특수효과를 선물하네요.”

가수 임영웅(33)은 꽤 굵은 봄비를 맞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궂은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라는 그의 히트곡 ‘이제 나만 믿어요’ 속 가사처럼 임영웅이 준비한 하늘색 우비를 입은 10만 관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빗줄기로 인해 하늘은 꽤 흐릿했다. 하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공연장은 하늘빛이었다.

임영웅은 25, 26일 양일간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전국 투어 콘서트의 피날레 무대였다. 오후 6시 30분,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무대에 오른 그는 공식 팬덤명인 “영웅시대”를 외쳤고, 폭죽이 하늘을 수놓으며 서막을 열었다. 18인조 밴드와 함께 등장한 그는 ‘무지개’ ‘런던 보이’ ‘보금자리’를 연이어 부르며 예열을 마쳤다. ‘런던 보이’를 부를 때는 100명이 넘는 댄서가 드넓은 경기장을 메웠다. 이날 공연에 투입된 안무가만 무려 158명, 그동안 한국에서 열린 공연을 통틀어 최대 규모였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영웅은 대형 열기구에 몸을 싣고 월드컵경기장 2, 3층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물고기뮤직 제공



이번 공연은 무대 구성이 돋보였다. 평소 축구 경기를 치르는 구장의 잔디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그라운드 전체에 하얀 천을 씌웠다. 그라운드에도 좌석을 놓았다면 족히 1만 명 이상 더 모을 수 있었지만 평소 ‘축구광’으로 소문난 임영웅은 잔디 보호를 택했다. 대신 객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4면에 돌출 무대를 만들고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했다. 또한 “2, 3층 관객을 가까이서 만나고 싶어 준비했다”면서 열기구에 올라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등을 부르며 눈높이를 맞췄다.

이날 임영웅은 3시간 동안 홀로 30곡을 열창했다. 대표곡인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비롯해 신곡 ‘온기’와 ‘홈’의 무대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온기’의 뮤직비디오로 쓰인 단편 영화도 일부 공개한 임영웅이 “연기 선생님께 ‘제법’이라는 평가를 들어 자신감이 붙었다.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농담을 건네자 객석에서는 서운하다는 빛이 담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트로트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등을 메들리로 들려주며 흥을 돋웠다.

평소 ‘배려의 아이콘’으로 정평이 난 임영웅의 세심함은 이날도 빛났다. 중장년 팬들을 위해 매 공연 모든 좌석에 푹신한 방석을 올려놓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비 예보를 접한 후 우비를 준비했다. 전라 광주에서 왔다는 김모(63) 씨는 “상암에 도착하니 비가 내려 당황했는데 (임)영웅님이 준비해주신 우비를 입으니 따뜻하고 좋다”고 빙그레 웃었고, 부산 남수해(남구 수영구 해운대) 영웅시대 팬클럽의 부방장으로 활동 중인 임모(57) 씨는 “부산 팬들이 17대 버스를 나눠타고 왔다. 영웅시대에 오늘은 최고의 축제”라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또한 공연장 앞에는 종합안내소가 설치됐고, 대규모 간이 화장실과 의무실도 마련됐다. 티켓 색상별로 유도선을 깔아 동선을 정리했고, 촘촘하게 배치된 300여 명의 안내 요원은 공연장부터 근처 지하철역까지 줄지어 서서 10만 관객의 귀갓길을 도왔다. 25일 공연 때는 한 안내 요원이 거동이 불편한 관객을 업고 객석에 안내해 화제를 모았다.

임영웅은 무대 위에서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면서도 수시로 “춥진 않으세요?”라고 물었고 “몸에 이상이 있다 싶으면 참지 말고 근처 진행요원에게 말해 달라. 공연도 좋지만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곁에 불편해 보이는 분이 계시면 꼭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빗줄기 속에서도 팬들은 “앙코르”를 연호했다. 임영웅은 그들을 향한 팬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와 자신의 찬란한 이 순간을 노래하는 듯한 ‘인생찬가’를 부르며 긴 공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0년 초 TV조선 ‘미스터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4년째 상승곡선만 그리고 있는 임영웅은 이 영광을 영웅시대에 돌렸다.

“데뷔 후 2849일이 흘러 이 스타디움에 선 것은 여러분들의 힘입니다.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영웅시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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