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금지국’ 필리핀, 이번엔 ‘이혼 합법화’ 가능할까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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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제외하고 이혼이 불법인 유일한 나라
근소한 차이로 하원 통과…상원 통과는 미지수



바티칸(바티칸시국)을 제외하고 이혼이 불법인 유일한 나라 필리핀에서 이혼이 합법화될지 주목된다. 최근 필리핀에서 이혼 합법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보수적 종교계가 반대하고 나서 상원 통과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가톨릭 신자가 80%를 차지하는 필리핀은 가족·성 문화에 보수적인 탓에 임신 중지와 피임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혼 역시 엄격하게 금지돼 왔다.

26일 필리핀 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은 지난 22일 부부가 완전한 이혼을 통해 결혼을 종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126표, 반대 109표로 통과시켰다. 기권은 20표였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필리핀에서 이혼 합법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하원에서 이혼 합법화 법안이 찬성 134표, 반대 57표, 기권 2표로 통과한 적 있으나 상원에서 좌절된 바 있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근소한 표 차로 안건이 통과됐다.

그동안 필리핀에서는 부부가 법적으로 갈라설 방법은 혼인무효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결혼이 처음부터 유효하지 않음을 법원에서 인정받아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혼인무효 절차에 드는 비용은 15만 페소(약 353만 원)에서 30만 페소(약 706만 원)로, 필리핀 월 평균 임금보다 16배 이상 높다. 또 혼인무효 요건도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결혼한 경우, 성적지향을 속인 경우, 결혼 동의서의 허위 진술이나 허위 제공 등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필리핀 여성·인권 단체들은 배우자가 학대를 겪어도 이혼이 어렵고, 사실상 혼인이 종료된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도 간음죄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법안을 공동 발의한 ‘가브리엘라 여성당’ 소속 알린 브로사스 의원은 "여성이 학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역시 상원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리핀의 알베르토 위 주교는 "의원들이 이혼 법안을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이혼을 조장함으로써 사회 결속력을 무너뜨리고 도덕적 가치를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혼 합법화 대신 혼인무효 소송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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