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서 꿈★을 찾았다>(中)“단편영화 찍으며 세상과 교류” 감독지망생 원

82년생, 그러니까 올해 우리나이 22세. 자그마한 체구, 형형한 눈빛, 갸름하고 새하얀 얼굴, ‘원’(본명 문지원).

그녀. “정말 바쁘지만 딱히 뭘 하는 사람인지는 잘 알 수 없는 사람.” 케이블 TV 10대 문제 상담 프로그램의 주목받는 강사. 스포츠지에 시청자 입장에서 본 드라마 비평을 연재하는 어엿한 칼럼니스트. 지난해 어머니를 간신히 설득해 독립한 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어학원 설문지를 돌리는 생활인. 30분짜리 중편영화 ‘헬멧’을 찍느라 일주일의 4일을 고스란히 투자하는 영화 감독 지망생. 그리고 3년전 학교에서 세상으로 뛰쳐나온 대안학교(하자 작업장 학교) 졸업반 학생.

원이 ‘늙은 아버지 같았던’ 학교를 그만 둔 이유. “복도가 너무 어두워서”. 그녀가 학교를 그만 둔 또 다른 이유. “학교가 너무 안 맞고, 학교가 너무 싫고, 학교에 있는 것이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 그 모든 것을 참아내야 할 이유조차 찾지 못해서.”

중3 기말고사까지 깔끔하게 끝나 한가롭던 겨울밤. 전국대학 편람을 앞에 놓고 꼼꼼하게 검토했지만 원이 가고 싶은 대학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원이 보기에는 국내의 이른바 명문대 연극영화학과의 교과 과정은 너무나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가고 싶은 대학도 없으니 학교는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기왕 다니려면 제대로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에 미친듯이 몰두했고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보란듯 활동했으며 열심히 생활했다. 고민으로 떨어진 성적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성적은 꾸준히 올랐고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아이들을 너무 새벽에 불러들이고, 너무 늦게 놓아줬다.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는 수업이나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서 자꾸 마음이 떠나갔고 너무나 고지식했기 때문에 마음에 없는 학교를 그냥 다닐 수는 없어 고2 때 자퇴서를 제출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4개월 후 다니게 된 대안학교에서 원이 얻은 가장 큰 것이라면 세상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의문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 고슴도치 같았던 성격도 둥글둥글, 능청스러워졌고….

또 하나의 성과라면 지난해 학교에서 찍은 ‘바다를 간직하며’라는 21분짜리 단편영화가 전주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돼 상영될 기회를 얻었다는 것. 여자아이 3명이 우연히 만나 교류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평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래? 불안, 초조, 알 수 없음. 단기계획은 올해 안으로 대안학교를 마치고 내년에는 영화 실습의 기회가 많은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필름 작업을 실컷 해보는 것.

장기계획, 혹은 만들고 싶은 영화? 닥쳐봐야 아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원은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만든 영화, 게으르거나 자만에 빠진 영화가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선기자 azul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