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서평>톡톡 튀는 동심 가득 예쁘고 귀한 동시집

정말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에게 시는 ‘어려운 것’이라 생각되기 쉽다. 그러니 당연히 시집은 돈이 되지 않는 책이다. 이런 생각은 아동출판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어린이 관련 책은 하루에도 몇 십 종이 쏟아지지만 그 중에서 동시집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동시집을 출간하는 출판사도 그리 많지 않거니와 수익성이 별로 없는 분야라 출판기획자들의 별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시집은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동시는 아이들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잘 그려주는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눈에 띄는 시집이 있다. ‘온 세계의 바다가’는 세계의 좋은 동요동시를 모아 놓은 책이다. 국내 작가들의 동시집은 그래도 꾸준히 나왔지만 세계의 동요동시를 모아놓은 책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는 먼저 경쟁도서를 조사할 것이다. 경쟁도서가 없거나 혹 적을 경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분야를 먼저 개척한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시장성이 없는 책이라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 실린 동시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세계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그야말로 검증된 좋은 작품들이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의 작품까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동요동시 49편이 담겨 있다. 소설 ‘보물섬’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슨과 ‘성냥팔이 소녀’ 등 여러 동화로 우리에게 친근한 안데르센의 동시를 만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어른 독자일 경우에는 청소년 시절 한 번쯤 읽었을 법한 세계의 명시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필자 또한 청소년 시절 세계의 명시를 옆에 두고 외웠던 기억이 있던 터라 그 시절의 감성을 일깨워 주는 이 시집이 더 반가웠다.

그리고 이 책 속에 담긴 시들은 무척 재미있다. 천진한 동심에서 나올 법한 톡톡 튀는 생각들이 시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시인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린 작은 사물을 보고도 재미있는 상상을 한다. 호두를 보고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집’이라 표현하기도 하고, “바다에서 딸기가 얼마만큼 열리지?”라고 능청스럽게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한다. 또한 ‘조그만 파리 눈에는 흰 소금이 목동들이 지켜주는 흰 양떼처럼 환해 보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시인의 이런 상상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집을 엮은 신현득 선생님의 말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예쁘고 귀한 마음’이 생길 것 같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볼 줄 알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좋은 시를 많이 읽는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어른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런 눈과 마음이 필요한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쩌면 어른일 테니까 말이다.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점은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동시집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동시집은 특별한 기획이나 아이디어 없이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다양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들이 많이 나와 동시집도 몇 만 부가 팔리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 책은 이런 여러 장점을 지녔지만 영미 시가 많은 데 비해 그 외의 나라들의 경우 작품이 풍부하지 않아 좀더 다양한 나라의 동시들을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보인다.

박현숙·‘해와 나무’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