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의장, 겉으론 4파전 - 실제론 명심(明心)이 좌우

추미애·조정식·정성호·우원식
모두 ‘이재명 의중’내세워 경쟁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회의장 선출은 결국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마음)’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26일 나오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까지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조정식·정성호 의원과 4파전을 형성하는 모양새지만,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민주주의적 절차는 사실상 실종되고 후보군이 이 대표의 눈치만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우 의원은 전날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며 “국회법이 규정한 중립의 협소함도 넘어서겠다. 옳고 그름의 판단과 민심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권의 사법권 남용, 거부권 남발로 훼손된 삼권분립의 정신과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것이 국회와 국회의장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 승리의 안도감은 버리고 오로지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사즉생의 각오가 다시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차기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후보군이 모두 친명계인 탓에 이 대표의 의중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모든 후보가 국회의장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보다는 정부와 명확한 각을 세워나가겠다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부분이 친명계로 채워진 22대 국회 민주당 의원들의 표심이 이 대표의 뜻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도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장 후보군 사이에서 ‘명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진짜 명심이 향하는 후보가 국회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국회의장 후보군이 명심 경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당선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명심을 좇았다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고, 민심을 좇았기 때문에 승리했다”며 “국회의장은 법 정신대로 중립을 표방하고 국민을 보고 민심을 좇아야지 당에 맹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에게 ‘나는 명심이다’라고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