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까지 팔팔하게 99팔팔>“틈나면 움직여… 호흡만 잘해도 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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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건강은 자기 자신이 지켜야지 뭐 별수 있나? 그림 그리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해. 그런데 내가 젊어서 약했지. 그래서 혼자서 달리기나 철봉 운동을 하며 체력을 다졌어.”

국민화가 박수근(1965년 작고) 화백과 둘도 없는 사이였다는 김종하(90) 화백은 한국 서양화단의 산 역사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모전인 조선미술전에 1918년 최연소인 15세로 입선하면서 화단에 발을 들여놓은 김 화백은 일본과 프랑스 유학을 거치며 독특한 초현실주의 화풍을 개척, 국내 서양화에 한 이정표를 세웠다.

김 화백은 1956년 반도호텔 귀퉁이에 한국 최초의 상설화랑인 반도화랑이 개관할 때 마련한 전시에서 박수근과 함께 2인전을 열어 일찌감치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김 화백은 2년 전 부인이 별세하기 전까지 10년간 간병에 매달리느라 화단에서 잊어졌지만 서울 보문동의 자택 겸 작업실에서 아직도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김 화백의 그림은 최근 인터넷 경매사인 ‘포털아트’를 통해 인터넷 미술품 경매 사상 ‘호당 판매가 최고액’과 ‘낙찰가 최고액’ 기록을 경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김 화백의 3호(22×27㎝) 사이즈 유화 ‘봄의 화음1(2006년 작)’은 포털아트의 인터넷 경매에서 2890만원에 낙찰됐다. 이를 호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963만 원이다.

특히 김 화백은 지난 연말 서울 역삼동 포털아트 사옥 2층 전시장에서 ‘아! 김종하’전을 열고 그동안 소장해왔던 필생의 역작들을 선보이는 한편, 12월 한달 동안 매주 일요일 미술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미술애호가들을 놀라게 한 것은 1시간여에 이르는 특강시간 내내 구순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뛰어난 기억력과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원래 예술하는 사람들이 생활이 불규칙해. 그래서 건강을 해치기 쉽지. 나만 해도 밤에 작업이 잘되기 때문에 어쩌다 보면 꼬박 밤을 새울때가 많아. 그래서 시간 나는대로 움직이려고 노력해. 나이든 사람들에겐 호흡 잘하는 것도 큰 운동이 돼. 다행인 것은 원래 내가 술, 담배를 평생 안했다는 사실이야. 불규칙한 생활에 그런 것까지 즐겼다면 건강을 다 망쳤을 거야.”

김 화백의 보문동 집은 1층은 손님을 받는 응접실 겸 생활공간이며 2층은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다. 김 화백은 “2층 작업실은 외부인사에게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언제까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기회가 되면 올해에도 전시회를 가져야지. 나이가 들수록 자주 그림을 발표해서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 내 바람이야.” 평생 쏟아부은 그림에의 열정과 혼을 애호가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눠주려는 노화백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건강비결 - 매일 150회‘벽에 대고 팔 굽히기’운동

김종하 화백은 보통 아침 5시면 기상한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맨손 체조’다. 본인의 체력에 맞게 변형시킨 ‘엎드려 팔 굽히기’운동을 150여회 한다. 물론 방바닥이 아니고 벽에 대고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화백은 “나이든 사람들에겐 근력강화보다 계속 움직여서 온몸의 관절을 풀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틈틈이 동네를 한바퀴 돌며 산책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화백은 호흡 운동도 중요시 한다. “길게 내쉬고 들이마시기를 10회 한다”며 “쉬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 호흡운동이고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김 화백은 젊어서부터 ‘소식’을 해왔기 때문에 따로 식단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은 수프나 죽에 우유 한잔 정도를 마신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나물과 김치 등 소찬에 찌개를 곁들인 한식이다.

약력

▲1918년 서울 출생 ▲동경제국미술학교(41년) ▲조선미술전 특선(42년) ▲프랑스 파리 아카데미, 아카데미 드라 그랑 쇼미에르(58년) ▲국전 추천작가(60년) ▲국전 초대작가(68년) ▲국전 심사위원 및 서양화분과위원장(70년) ▲프랑스 루벤스 문화훈장(82년) ▲프랑스 미술가회 회원(82년) ▲대한민국 문화훈장(2002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