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양한 장르로 대중과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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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27일까지 경기 부천시 일원에서 열리는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상영작 리스트를 보면 역시 공포와 스릴러, 미스터리와 팬터지로 가득한 장르 영화가 많다. 한편으론 대중성 확보라는 고민도 엿보인다.

마니아만 즐기는 영화제라는 선입견을 벗고 다양한 장르 영화를 폭넓게 수용해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나겠다는 게 영화제 측의 의도다.

39개국 205편의 출품작 가운데 고른 개막작은 이스라엘 아리 풀먼 감독의 ‘바시르와 왈츠를’이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애니메이션으로,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사건을 통해 전쟁과 인간의 관계를 독특하면서 섬세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폐막작도 눈길을 끈다. 곽재용 감독이 일본에서 만든 ‘싸이보그, 그녀’가 선정됐다.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1년 만에 다시 나타난 여자친구가 사이보그로 변했다는 스토리다. 말 그대로 ‘공상과학(SF) 멜로’다.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는 새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르 영화들의 경연장. ‘렛 미 인’(스웨덴) ‘어둠 속의 공포’(프랑스) ‘미라지 맨’(칠레), ‘오파파티카’(태국), ‘TBS’(네덜란드) 등이 상영된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초능력을 갖춘 히어로를 등장시킨 액션 등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작품이 소개된다. 다음달 개봉을 앞둔 한국 공포영화 ‘고死 : 피의 중간고사’도 관객들을 미리 만난다.

공포·스릴러 장르의 최신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에선 ‘에이블 데인저’ ‘서바이벌’ ‘페르마의 밀실’ ‘벤 X’ ‘사타나스 : 살인자의 초상’ 등 극한상황을 활용한 스릴러가 눈에 띈다.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추격자’처럼 범죄 스릴러 영화가 많은 것도 특징적 현상. 또 한국과 미국이 합작한 ‘아메리칸 좀비’를 비롯해 ‘진여 입식사열전’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망량의 상자’(이상 일본), ‘리시클로’(필리핀), ‘옴 샨티 옴’(인도), ‘더 스크린’(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장르 영화가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려는 영화제의 노력은 ‘오프 더 판타스틱’ 섹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름대로 ‘판타스틱’한 측면에선 벗어나 있는 영화지만 다양한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을 모았다. ‘포르노 오테르’ ‘회사는 괴로워!’ ‘파이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길바닥 스타’ ‘싱가포르는 쇼핑중’ 등 액션, 드라마, 코미디, 뮤지컬 장르에 기대거나 여러 장르를 혼합한 경향이 눈길을 끈다. ‘으쌰으쌰 드림팀’ ‘그 해 여름의 비행접시’ 등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팬터지 영화를 모은 ‘패밀리 판타’ 섹션과 ‘다크 인사이드’ ‘스트레이트 재킷’ 등 애니메이션을 모은 ‘애니 판타’도 놓치기 아깝다. 좀더 ‘격한’ 장르 영화를 즐기려는 마니아라면, ‘금지구역’ 섹션과 ‘B급 영화’를 2편 연속상영하는 방식으로 꾸며진 ‘그라인드하우스 리비지티드’ 섹션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액션. 상영작 가운데서도 액션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 많지만, 관련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19~23일 부천 경기아트홀에서 열리는 ‘환상영화학교 2008 : 아시아의 액션영화’는 정두홍(한국) 감독을 비롯해 아시아 출신 무술 감독들이 강사로 나선 강연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액션영화 워크숍이 열리고, ‘검은 띠’(일본)와 ‘도화선’(홍콩) 등 액션영화를 모은 별도의 섹션 ‘열혈남아 : 아시아의 액션영화’도 준비됐다.

또 1960~198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액션활극 장르의 영화를 모은 ‘코드네임 도란스’도 회고전 형식으로 열린다. 이 섹션에선 김수용 감독의 ‘동경특파원’을 비롯해 ‘황금70 홍콩작전’ ‘홍콩에서 온 여와 남’ ‘여자형사마리’ 등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상영정보 및 야외 이벤트 등은 공식 홈페이지(www.pifan.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강연곤기자 ky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