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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1월 19일(月)
“건물 없는 교회서 건강한 신앙이 싹튼다”
개혁교회네트워크 ‘교회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세미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교회 건물 짓는 데 몰두하지 말아야 건강한 신앙의 길이 열린다.” “목사에게 집중된 권력을 신도들에게.”

지난해 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2008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조사대상의 18.4%만이 ‘교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 추락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교회가 어떻게 변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같은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 ‘교회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18일 경기 부천시 상동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열렸다.

부천예인교회(정성규 목사)가 4년 전 시작한 이 세미나는 지난해부터 개혁교회네트워크 주관의 연합행사로 확대돼 올해 네 번째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4개 분과로 나누어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교회개혁을 위한 강의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교회건물 없이 목회를 하는 안해용 목사(너머서교회)는 ‘건물 없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를 위한 첫 단추이다’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성경은 단 한번도 교회를 장소나 건물로 묘사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건물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더 높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 것이 신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교회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건물 없는 교회를 지향하는 데 있으며,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것은 성서적인 본래 교회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안 목사의 너머서교회는 경기 일산의 한 고등학교 음악실을 일정한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고 있다. 교회는 사용료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학교를 위해 기도함으로써 교회와 사회가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안 목사는 “이처럼 건물이 없으면 교회가 사회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대부분의 교회가 예산을 나눔과 섬김에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건물을 짓고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며 “건물에서 자유로우면 봉사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건강한 교회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건물이 없으면 찻집이나 가정집, 학교 등 어느 곳에서나 예배를 드릴 수 있어 다양한 교회의 모습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건강한 교회를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아질 수 있다. 그는 “오늘날 많은 교회가 건물을 짓고 유지하기 위해 신도를 모으는 데 집중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건물 없이 교회의 본질을 추구할 때 잃어버린 교회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규 목사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을 위한 초청행사’라는 강의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쏟아져 나온다”고 우려했다. 그가 말하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은 신학자 칼 라너가 말한 것과는 달리 ‘예수를 믿지만 교회는 불신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은 아직은 교회를 떠나지 않은 중간과정에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교회를 떠나 다른 종교를 믿거나, 마음속으로만 예수를 믿고 교회를 버리거나, 아니면 교회의 안티세력으로 변신한다”고 정 목사는 분석했다.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을 교회가 어떻게 맞을 것인가는 현재 한국 개신교의 큰 과제라는 것. 그는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왕적인 목사의 교회 운영은 성경대로 민주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득훈 목사(언덕교회)는 좀 더 구체적으로 ‘건강한 교회를 위한 교회정관(규약)’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현재 한국 교회의 구조를 규정하고 있는 교단 헌법들은 원래 개혁주의 장로정치 정신에서 벗어나 사제중심의 권위주의적 요소를 안고 있다”면서 “중요한 부분에서 너무 허술해 잘못된 교회 관행을 허용할 뿐 아니라 교회 부패현상을 방치하는 측면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대형 교회들의 담임목사직 세습, 담임목사들의 교회 재정 횡령과 배임 그리고 불륜행위 등을 들었다. 박 목사는 “더 심각한 것은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 신도들이 전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거나 덮고 넘어가려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판과 항의보다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이 교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같은 비리와 불의가 교회 안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서 ”목사나 장로, 집사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예산이 구제 및 전도·교육에 균형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재정 운영조항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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