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무법 거리’ 재연 우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경찰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주말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대전의 화물연대 파업 때에 이어 또다시 경찰과 노조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민노총은 23일 서울, 부산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지역본부 주최로 ‘고 박종태 열사정신 계승, 교섭촉구, 노동 기본권 쟁취 등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해 대한통운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한편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민노총은 밝혔다. 민노총은 또 지난 16일 대전 시위 당시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 규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대전에서 벌어진 ‘죽봉 시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민노총의 전국 동시다발 집회가 폭력화될 것을 우려,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혀 경찰과 노조원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지난 16일 시위 이후 ‘관내에서 민노총과 화물연대 주최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대전지방경찰청은 민노총의 23일 대전 집회에 대해 불허 방침을 통보했고, 이에 민노총 대전본부는 당초 예정됐던 대전역 앞 집회를 취소하고 집회금지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대전 집회는 취소됐지만 여타 지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실제로 이번 서울 집회는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으로 예정돼 있고 지방도 인천 부평역 앞, 광주역 앞, 부산역 앞 등 도심에서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민노총 관계자는 “경찰이 자극이나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이날 집회는 잘 마무리될 수 있다”며 “그러나 경찰이 집회를 원천 불허하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폭력이 우려되는 집회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주최측과 협의해 최대한 평화적인 집회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문화마당에서 7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연다. 또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시민연석회의는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대전=김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