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청소년의 인터넷 게임중독 대처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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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 서울대 교수 · 글로벌인재연구센터 소장

인터넷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16일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게임중독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중독으로 인한 청소년 위기에 대해 학계와 정부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에서 이를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해결책보다는 미봉책으로만 일관했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인터넷 게임 중독자는 191만여명(중독률 8.5%)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의 게임 중독률은 12.8%로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게임중독 청소년의 범죄 발생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일깨워준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와 검증된 방안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2002년부터 국가수준 인터넷중독진단척도(K척도) 개발과 여성가족부 위기청소년통합지원체제(CYS-Net) 연구에 참여하면서 인터넷과 게임중독 등 청소년 위기를 촉발시키는 다양한 위험요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보호책 및 치료 방법을 모색해 왔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비춰 다행스러운 점은 심각한 중복 위험요인이 없다면 100만명이 넘는 인터넷 게임중독 청소년 모두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인터넷 중독이 의사소통과 충동조절 장애 및 가족·사회 문제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기본 보호요인만 있어도 비교적 예후가 좋은 위기다.

더구나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달 도구인 인터넷을 차단하고 게임을 금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원이라는 스토리텔링과 양질의 게임 콘텐츠 개발을 함께 버리는 것이다. 게임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키워나갈 가치는 충분하다. 지난해 한국의 게임산업은 1조7000억원의 해외 수출액을 기록해 문화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세계 주요국들도 게임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등 게임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게임산업의 미래까지 어둡게 해서는 안된다. 술의 특성과 폐해를 도외시하고 술을 담아내는 도구에 초점을 맞춘 ‘유리잔 중독’ 혹은 ‘사기그릇 중독’이라는 생각에 ‘중독’돼 술잔만 깨버리면 된다는 식의 ‘빗나간’ 해결책에 미혹되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겪게 되면 여기서 집단 지혜를 얻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범행을 저지른 중학생과 그 어머니에 관한 기사를 찬찬히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학교와 사회가 게임중독 중학생이 지금까지 끊임없이 보낸 긴급구조(SOS) 신호를 얼마나 무시했는지, 그리고 그를 보호하고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기회를 왜 놓쳤는지 반성해야 한다.

파국은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위험요인이 누적돼 위기 표식이 나타나고 단발적인 문제 행동을 먼저 거친다는 위기진행 과정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 빈곤과 일관성 없는 양육 환경, 내성적 성격, 학업에 대한 낮은 기대와 같은 위험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그는 평소 부모의 별거, 학업 부진, 학교 부적응의 명확한 위기 표식을 달고 있었다. 이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면서 게임에 과다 몰입해 중독 상태에 이르고 어머니를 폭행하는 문제 행동을 보였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어머니 살해와 본인의 자살이라는 파국에 이른 것이다.

부모와 이웃 주민 및 교사, 게임 개발자, 지역사회 자원인사, 정부가 인터넷 게임중독 진행 단계에서 함께 고민하면서 보호요소로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비극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